복수노조의 비판 집회를 막기 위해 KT가 '유령집회'를 연다는 논란에 대해 법원이 KT측 손을 먼저 들어줬다. KT측 집회를 즉시 막을 법적 근거나 긴급한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지만, 향후 진행될 본안 소송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어 유령집회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이인형)와 11부(부장 서태환)는 복수노조 시행으로 출범한 희망연대노조 KT지부가 "실제로 열지도 않는 집회를 KT가 먼저 신고했다는 이유로 다른 집회를 불허한 것은 부당하다"며 서초경찰서와 종로경찰서를 상대로 제기한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KT가 노조에 앞서 집회를 신고한 것이 오로지 노조 집회를 방해할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노조가 신고한 날짜에 반드시 그 집회를 개최해야 할 본질적인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집회 금지가 노조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발생시킬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노조는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공식적인 집회를 열 수 없게 됐지만, 본안 소송에서 제시될 증거자료와 증인 등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행정법원 관계자는 "집행정지 신청은 사안을 긴급히 정지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만 신속히 판단하는 것 뿐"이라며 "오히려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고 본안 소송에서 이기는 경우도 많아, 향후 (본안 소송에서) 사실관계가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행정소송 경험이 많은 A 변호사도 "이번 소송의 경우 법원이 유령집회의 위헌성과 함께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8조 1항 위배 여부 등도 자세히 살펴봐야 해 최종 판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더욱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희망연대노조 KT지부는 이달 초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KT지사와 종로구에 위치한 KT광화문사옥 앞에서 회사를 규탄하고 이석채 회장의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겠다며 서초서와 종로서에 각각 집회 신고를 했지만, KT측이 이미 집회 신고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금지 통고를 받았다. 노조는 "KT가 집회를 막기 위해 용역을 고용해 매일 경찰에 집회신고서를 내고 있다"며 본안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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