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5시 정각 경기 수원역사 플랫폼. KTX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다음 편 무궁화호, 새마을호 승객들과 어우러지면서 플랫폼은 북새통을 이뤘다. 부산에 가기 위해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왔다는 정승일(40)씨는 "좌석이 없어 애를 태우다 고생 끝에 인터넷 예매에 성공했다"며 "매번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불편을 겪고 있어 수원역에 KTX 증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KTX가 수원역에 정차하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이용객 수가 급증하자 수원시가 증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22일 수원시에 따르면 KTX가 지난해 11월 1일 수원역에 정차한 이후 올해 10월 말까지 1년 간 수원역을 이용한 KTX 승객 수가 109만명을 돌파했다. 월 평균 9만1,000여명이 이용한 셈인데, 이는 당초 한국철도공사가 예측한 수치(4만7,000여명)보다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10월에는 12만2,000여명이 KTX를 이용했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현재 하루 4편씩 운행하고 있는 KTX를 8편으로 증편해 달라"고 코레일 측에 요구하고 나섰다. 수원시는 수원, 용인, 안산, 화성 등 경기 서남부지역 주민들이 수원역을 통해 부산과 광주 등을 오가는 승객이 연간 66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KTX가 수원역에 정차하기 전에 이 지역 주민들은 서울역이나 광명역까지 가서 KTX를 타야 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현 수준의 KTX 좌석과 정차 횟수로는 늘어나는 KTX 이용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증편을 요구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원역과 경쟁관계에 있는 광명시는 수원시의 이런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광명역은 그간 적자를 면치 못하다 마산과 창원을 연결하는 경전선 KTX 개통(2010년 12월), 전라선 개통(올해 10월) 등이 이뤄지면서 최근 들어서야 역 운영이 정상궤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 광명역 개통 직후 하루 평균 이용객은 4,000명 선에 그쳤는데 올해 10월 들어서는 평일 평균 1만7,000여명, 주말에는 2만3,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역에 KTX 정차 회수가 크게 늘어날 경우 이용객 상당수를 수원역에 또 다시 뺏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정부가 수원역에 KTX를 편성할 때도 광명시는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일단 경부선 선로가 포화상태인 만큼, 기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열차를 점차 감축해 KTX로 대체할 때 일부 차편을 수원역에 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수원역을 운행하는 기존열차를 감축한 만큼 KTX 열차를 증차하는 것이 광명역에 큰 타격이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지자체 간 상황을 고려해 운행 편수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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