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FA(자유계약선수) 쇼크'를 맞은 LG의 미스터리한 행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소속 주전 FA들이 대거 이탈했는데, 외부 FA 영입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시장에 남아 있는 FA는 김동주(전 두산)밖에 없지만 백순길 LG 단장은 22일 "전혀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오전 포수 조인성(36)의 이적 소식은 충격이었다. SK는 조인성과 3년간 최대 17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 4억원과 연봉 4억원, 옵션 1억원의 조건.
이택근(넥센)과 송신영(한화)에 이어 사흘 만에 3명의 핵심 선수가 빠져나간 LG는 대안으로 눈독을 들였던 정대현(전 SK)과 이승호(롯데)도 잡지 못하면서 이번 FA 시장의 최대 희생자가 됐다.
1999년 FA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한 팀에서 3명의 FA 선수가 이적한 건 처음이다. 역대 FA 시장에서 LG는 삼성(6명) 다음으로 많은 5명의 외부 FA를 영입하며 '큰 손'으로 군림해 왔다. 2001년 해태 홍현우를 4년간 18억원에 데려 온 것을 시작으로 2004년 진필중(KIAㆍ4년 30억원), 2007년 박명환(두산ㆍ4년 40억원), 2009년 정성훈(히어로즈ㆍ3억5,000만원)과 이진영(SKㆍ3억6,000만원)까지 거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올 겨울 협상테이블에선 외부 FA는 고사하고 내부 단속에도 실패하며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그 내용도 실망스럽다. 2년 전 25억원을 주고 트레이드해 왔던 이택근을 친정팀 넥센에 4년간 50억원에 허탈하게 뺏겼고, 역시 올시즌 마무리 수혈을 위해 넥센에서 트레이드했던 송신영을 한화로 보냈다. 조인성만큼은 수요가 없다는 판단 하에 돌아올 것으로 확신했지만 노쇠한 박경완의 대안으로 낙점한 SK의 품에 안겼다. LG는 조인성의 이적 발표 직후 대책 회의를 마련할 만큼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진주에서 마무리훈련 중인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의 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결과가 이렇게 나와 아쉽다. 다른 방법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허탈함을 곱씹었다. LG는 이날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김일경(넥센)과 최동수(SK)를 데려 왔고, FA를 보낸 3팀으로부터 보상 선수를 받을 예정이지만 주축이었던 3명의 공백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다. 조인성을 비롯해 LG를 떠난 선수들은 "구단이 진심으로 다가와 줘 계약했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LG의 진정성 없는 협상 태도를 꼬집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수년간 꾸준히 전력 보강을 하고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가 애초부터 FA 계약과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말도 들린다. 지난해 구본준 LG 구단주는 산업부 기자들과 만난 기자간담회에서 "LG 트윈스 2군 선수들에게 더 이상 FA 영입은 없다고 했다. 아마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고액의 FA 영입보다 유망주 육성 방침을 선언한 것이다.
김진철 LG 운영팀장은 "주전 선수들이 빠졌지만 리빌딩까지 생각할 단계는 아니다. 신인 선수들과 드래프트, 방출 선수 영입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인성과 함께 이승호(전 SK)도 이날 4년간 24억원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17명의 FA 신청 선수 가운데 9명이 잔류를, 5명이 팀을 옮긴 가운데 김동주(전 두산)만 미계약자로 남아 있다. 이대호(전 롯데)와 정대현(전 SK)은 해외 진출을 타진 중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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