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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원순 서울시장 "청계천 같은 대형사업 안한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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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원순 서울시장 "청계천 같은 대형사업 안한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입력
2011.11.2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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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22일 서울시청사 내 시장집무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정치권의 최대 화제 인물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만날 계획이 있다"고만 밝히고 말을 아꼈다. 반면 제3정당 창당에 관해서는 "정치는 현실"이라며 "기존 정치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양대 정당이 잘 발전해 가야 한다는 것이 국민 정서"라며 "야권 통합이 이뤄지면 입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정 추진에 있어서는 속도 조절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강조했다. 그는 "청계천이나 광화문광장 같은 대형사업을 안 한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바꿀 게 있으면 시민 요구에 따라 차근차근 고쳐 나가겠다"고 했다. "시민이 정책 입안가"라고 말한 그는 "임대주택 확대 등의 공약은 현장에서 찾은 새로운 통찰과 예측으로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시장은 또 "고건, 조순, 이원종 전 시장 등으로 구성된 고문단을 만들어 조언을 듣겠다"며 "(그분들이) 필요하면 별도 사무실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_ 안철수 원장의 신당 창당 여부가 화두입니다. 박 시장 모델을 따라갈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요.

"신문 보니까 법륜 스님이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신당 창당 얘기 하셨더라고요. 물론 저는 무소속으로 새로운 정치를 내걸었지만 야권이라는 기반 갖고 있었잖아요. 선거에 이기게 된 여러 원인 있겠지만 야권이 전체 하나가 돼서 믿었던 것이 크다고 생각해요. 별도의 제3 정당이 생긴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약간 상상이 안가요. 우리 국민들이 새로운 정당, 새로운 정치를 원하지만 정치는 현실이잖아요. 완전히 새로운 정당이 (현재) 여야를 다 이기고 다 극복하고 과연 국민들의 이상과 현실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구체적 정치세력이 될지는… 저는 그런 길을 안 갔잖아요."

_ '박원순 모델'이라는 게 여러 의미가 있는데, 야권 후보로서 야권 단일화가 돼가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야권을 견인해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정치질서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과연 새로운 것을 만들기는 참 쉬운 일은 아니다, 전 그렇게 봅니다. 그 대신 새로운 여망들을 담아내서 정치세력이 바뀌는 데 일조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죠."

_ 혁신과통합 등 야권 통합에 동참했는데, 새로운 단위가 꾸려진다면 입당할 생각이 있습니까.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온전히 정치만 하는 자리가 아니잖아요. 행정이나 거대도시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제가 주도하기보다는 따라가는 입장일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 입장에서 보더라도 충분한 혁신, 충분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거기에 일조는 할 것이고, 제가 바라는 그런 일이 된다면 입당을 할 수는 있죠."

_ 안철수 원장을 만나 감사 인사를 나눌 계획이라고 했는데, 만나면 야권통합에 동참하라고 권할 생각입니까.

"글쎄 그건 만나봐야 알죠.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겠죠."

_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의견서를 내셨죠. 안철수 원장은 왜 FTA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느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분이 아직 정치인이라든지 공식적 입장을 펼 입장은 아니니까 그분에게 의견을 밝히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_ 야권 통합 관련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갈등이 많은데 어떤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지난 선거 과정에서 야권이 완전히 하나가 됐잖아요. 중앙이나 지역, 바닥으로 가나 정말 한결같아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런 식으로 통합이 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봐요. 시민들이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야권이 하나가 되는 모습으로 세 가지를 얘기했습니다. 안철수씨 같은 전문직이나 저 같은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 정당, 20~30대가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정당, 생활정치 정책들이 생산될 수 있는 그런 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_ 범야권의 단일화, 혁신과 통합을 원하시는데 정당주의를 찬성합니까.

"저는 양대 정당이 잘 발전해 가는 것이 우리 국민 정서가 아닐까 싶거든요. 저는 무소속으로 나왔고 지금도 무소속이지만 한국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기본 여야가 정권의 교체를 통해 가는 게 정상적인 우리 헌법질서나 정당질서에 부합한다고 생각해요."

_ 내년 12월 대선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문재인 혁신과淪?이사장, 안철수 원장이 나온다면 누구를 지지할 생각입니까.

"그런 말에 넘어갈 줄 아셨습니까.(웃음) 누구라기보다는 한국사회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희망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통합정당이든, 국민의 눈높이로 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를 버리다시피 하는 희생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 당선된 지 한 달이 돼 가는데 힘들지는 않습니까.

"일 하는 것 자체는 친정 온 것 같아요. 제일 골치 아픈 것은 뉴타운이라든지 큰 갈등이 있는 사안들이죠. 잘 조정해서 평화로운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죠."

_ 이명박 전 시장은 청계천을, 오세훈 전 시장은 광화문광장을 남겼는데 무엇을 남기고 싶습니까.

"저는 그런 것을 안 하는 시장으로 기억되기를 원합니다."

_ 광화문광장 논란이 많은데, 바꿀 계획은 있습니까.

"우리나라 건축가협회에서 최악의 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순식간에 뜯어 고치는 일은 가능하면 안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시민들의 소망과 여론과 우리 사회의 여러 요구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에 따라서 차근차근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계천도 인공으로 물을 뽑아 올린다든지 너무 서둘러서 역사적 공간들이 복원이 안 됐다든지 하는 비판이 있잖아요."

_ 전임 시장 등에게 시정에 대한 조언을 들을 계획이 있습니까.

"확실한 의지가 있습니다. 고건 전 시장님은 시장이셨을 때나 총리로 가셨을 때나 저와 같이 일을 했고 행정가로서는 달인인 것 같아요. 그런 분 가까이 모시는 것이 너무 중요하지 않습니까. 조순 시장님도 푸근한 인상을 주잖아요. 이원종 시장님은 관선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존경 받더라고요. 제가 그래서 희망제작소 있을 때도 강의도 모시고 했습니다. 이 세 분 포함해서 제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10여 분을 모시고 고문단이라든가 이런 것을 만들어서 일상적으로 자문을 얻고 필요하다면 모셔서 말씀도 듣고 할 계획입니다. 가능하면 빨리 해야죠."

_ 강남 집값이 최근 폭락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전 시장이 한강 공공성 회복 차원에서 추진한 여의도, 압구정 등의 전략정비구역 사업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기존 사업에 대해선 사업조정회의를 열어서 정리하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한강전략정비구역, 뉴타운,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큰 쟁점이 있는 것들은 교통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언뜻 파악해보니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굉장히 큰 곳도 있고 조금은 찬성이 높은 지역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주민들의 의견을 다 따를 수는 없다고 생각하죠. 서울의 미래가 있으니까. 다만 주민들의 의사도 모아지지 않고 미래 전망도 없을 때는 구태여 이 단계에서 할 필요는 없잖아요. 어느 지구를 바로 말씀 드리기는 어렵고 합리적 과정을 거쳐서 처리할 계획입니다."

_ 부채를 감축하겠다 했고 임대주택도 많이 짓겠다고 했는데, 서울시 부채가 대부분 SH공사의 것이라 부채를 줄이면서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게 상충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런 측면이 있죠. 그러나 아직은 제 공약을 변화시키고 싶지 않고, 반드시 절망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서울시민의) 46%가 1, 2인 가구입니다. SH공사는 주로 4인 가구나 대형 중심으로 사업을 해왔는데 그런 부분을 대폭 1, 2인 가구 중심으로 바꿀 것입니다. 오늘 노량진 고시원에도 갔었는데 고시원과 쪽방도 개량해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새로운 시대에는 늘 통찰과 미래에 대한 전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과거의 주택정책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_ SH공사 사업 중 성공적인 것으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있는데, 계속할 생각이 있습니까.

"오히려 강화해야 되죠. 다만 형태나 평형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여러 가지 새로운 창조적 혁신적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반값고시원 등의 좋은 아이디어도 있어요.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 동안 우리사회가 충분히 듣지 못했죠. 전문가, 고시원 주인,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 공무원들이 논의하면 새로운 비전이 생길 수 있겠더라고요."

_ 23일 민주노총과 만나 서울지하철 해고자 복직을 추진(본보 22일자 1면 보도)할 예정이신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습니까.

"우선 만나서 들으려고 하고요. 인천, 부산 지하철의 경우 해고ㆍ해직 노동자들을 경력사원으로 뽑는 방식으로 해결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선 검토를 해 봐야겠죠."

_ 현장을 자주 찾으시는데, 시장이 온다고 하면 공무원들이 사전점검하느라 바쁘던데요.

"그래서 저는 늘 변칙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미리 알리고 가는 것 말고 안 알리고 가거나 (공무원을) 따돌리고 하는 현장점검도 있어야죠."

인터뷰=송영웅 사회부 차장 herosong@hk.co.kr

인터뷰=김정곤 정치부 차장 jkkim@hk.co.kr

정리=류호성기자 rhs@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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