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음악 미학의 정수를 안고 피아니스트 백건우(63)씨가 고국을 찾는다. 12월 2, 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백건우 연주회는 '타오른 열정과 풍부한 사운드'를 가장 프랑스적으로 구현한다는 파리오케스트라, 프랑스 정부가 주는 문화예술기사 훈장을 받은 백씨의 피아노가 어우러져 프랑스 미학이 한껏 발현되는 무대다.
눈부실 정도의 다채로움과 화려한 색채감 등 파리오케스트라를 단골로 수식하는 형용어들은 이 악단을 통해 '귀로 보는' 프랑스 음악의 특성을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감케 한다. 1967년 현재의 이름으로 재창단한 이래 샤를 뮌쉬, 게오르크 솔티 등이 음악감독으로 탁마해낸 소리다.
이번 연주의 지휘봉은 제7대 음악감독 파보 예르비가 잡는다. 정교하고 촘촘한 그의 음 조형술도 눈여겨봐야 하지만 더 인상적인 것은 단원들을 통솔하는 이 지휘자의 따스한 카리스마다. 그와 단원이 매 순간 나누는 교감이 백건우씨의 피아노와 어우러져 어떤 색채를 빚어 낼지 관심이다.
백씨로서는 지난 6월 예술의전당에서 리스트를 주제로 가졌던 콘서트, 9월 서해 섬마을 3곳에서 연 콘서트 이후 갖는 5개월만의 고국 무대다. 프랑스적 색채감을 강조한다는 연주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번 무대는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을 한국에서 초연한 1996년 무대를 음악적으로 계승한다고 볼 수 있다. 첫 날 무대에서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둘째 날에는 메시앙의 '잊혀진 제물'과 라벨의 '피아노 콘체르토 G장조'등 프랑스 음악과 함께 슈만의 '피아노협주곡 a단조',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시카' 등도 연주한다.
무대를 만든 정재욱 크레디아 대표는 "백씨가 진정 만들고 싶어하는 무대는 가장 프랑스적인 색채를 지난 악단과의 협연이라는 것을 10여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이번 무대는 파리의 청중이 가장 선호하는 선율과 더불어 백씨의 문화적 배경이 가장 잘 드러날 자리"라고 말했다. 백씨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도 친근한 관계라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현재 이탈리이와 중남미 등지를 순회중인 백씨는 예술의전당 협연 이후 경기 고양, 과천 등지에서 모두 세 차례 리사이틀을 열고 이어 중국 무대도 펼친다. (02)314-4301~2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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