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아시아 진출 전략에 맞서 동남아 껴안기에 나섰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가한 뒤 전용기를 이용, 20일 브루나이를 방문했다고 홍콩 펑황왕(鳳凰網) 등이 21일 보도했다.
브루나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초대 회원국으로 필리핀, 베트남 등과 함께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하는 당사국 중 하나다.
중국은 브루나이와 외교관계를 맺은 지 20년이 됐지만 이번에 처음 총리가 브루나이를 방문할 정도로 외교적으로 소홀하게 대했다. 그러나 TPP와 남중국해 문제를 양대 축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오자 원 총리가 서둘러 브루나이를 방문하게 됐다. 원 총리의 브루나이 행은 남중국해 문제로 불거진 양국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이 ASEAN 껴안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원 총리는 21일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 정상회담을 하고 남중국해에서 석유가스 협력사업의 강화를 제안하는 등 구애작업을 했다. 브루나이가 동남아 3위의 석유 생산국이자 세계 4위의 가스 수출국인 점을 감안할 때 원 총리의 방문은 ▦정치적 신뢰도 제고 ▦경제협력의 강화 ▦미국의 중국 견제에 대한 대응이란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 총리는 이번 방문에서 ASEAN에 대한 중국의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브루나이 다루살람대를 방문해 "중국과 ASEAN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양측의 교역액이 올해 4,000억달러로 증가할 것"이라며 "ASEAN은 일본보다 더 큰 중국의 제2 교역국인데 교역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펑황왕은 "인구 40만5,000명의 국가를 원 총리가 직접 찾아 관계 개선에 진지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ASEAN의 당사국들과 함께 남중국해 문제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을 과시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동남아비핵화지대조약 지지 입장도 천명했다. 류웨이민(劉爲民)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ASEAN과 평화와 번영을 위한 동반자 관계를 매우 중시하며 일관되게 동남아비핵화지대조약을 지지한다"고 20일 발표했다. 동남아비핵화지대조약은 해당 지역에서 핵실험이나 핵폭발장치의 획득ㆍ보유ㆍ배치 등을 금지한 것으로 ASEAN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과 협정을 통해 여타 국가들이 동남아에서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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