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을 영입해 외환보유액 운용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대하겠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올 2월 외환보유액 운용을 전담하는 외자운용원을 신설하면서 누누이 강조해온 얘기다.
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를 원장으로 영입해 기존의 보수적 외환보유액 운용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었다.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해 원장 대우도 부총재보 수준으로 정했다. 이 같은 김 총재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공모를 통한 3년 임기의 첫 외자운용원장 자리는 내부 인사에게 돌아갔다.
한국은행은 21일 신임 외자운용원장에 추흥식 현 외자운용원 외자기획부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추 신임 원장은 1982년 한은에 입행해 20년 이상 외화자산 운용 업무를 맡았으며 2008년부터 2년 동안 세계은행에서 외화자산 운용 수석컨설턴트를 지냈다. 한은 측은"이번에 내부인사 3명과 외부인사 5명 등 총 8명이 응모를 했다"며 "국제감각과 경험, 전문성 등에서 추 신임 원장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초 외부 전문가 영입을 추진했던 김 총재는 다소 모양새를 구기게 됐다. 애당초 경제위기 시 최후의 보루인 외환보유액을 지키는 외자운용원장 자리에 시장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반대가 많았지만 공모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에서 수십억원 연봉을 받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 쉽지 않은데다 설사 영입한다고 해도 단기 성과주의에 매달리는 경우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외환보유액 운용을 민간 전문가에게 맡기겠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 외부에서는 외자운용원 신설로 결과적으로 부총재보급 임원만 1명 더 만든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제기된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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