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으로 재미 보던 시절은 끝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 박원순 서울시장 등장 이후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1억원 이상 급락했다. 전망도 좋지 않다. 그가 후보 시절부터 재건축에 대한 속도 조절과 주택거래 활성화보다는 주거복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온 만큼, 부동산 시장의 기조를 뒤흔드는 주택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시장에 팽배한 상황이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새롭게 떠오른 '박원순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의 전망과 분석을 들어봤다.
재건축 시장의 몰락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다양했지만, 재건축에 대해서만큼은 거의 일치했다. 현재 추진 중인 재건축 사업들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고, 가격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제19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선 개포동 재건축아파트 정비구역 지정안 3건이 무더기 보류 처분됐다. 재건축과 뉴타운 사업에 비판적인 박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사업계획이 사실상 확정된 단지 등 일부를 제외하곤 당분간 사업이 늦어지거나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고,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서울시 기조로 봐서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 시장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임대비율을 높이고 속도와 시기 조절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 뉴타운 지역은 실태 조사 후 해제할 수도 있는 만큼 일부 구역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재개발ㆍ재건축 구역 가운데 추진 속도가 빠른 곳은 희소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곳 중에서 소형주택 비중이 높은 구역은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먹구름이 낀 재건축ㆍ재개발과 달리 소형주택 시장의 전망은 밝다. 김선덕 소장은 "박 시장의 공약처럼 8만 가구의 임대주택을 단기간에 공급하려면 매입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소형주택 소유자에겐 유리할 수 있으나 서울시 재정이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매매ㆍ전세값 향방은
전세난 해소를 위한 공공임대 확대도 박 시장의 주요 공약이다. 최근 수도권 전세난이 주택 수요가 집중되는 서울 강남권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전세대책은 수도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박 시장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장기적으론 시장 안정에 기여하겠지만,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끄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진단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전세 수요가 몰리는 소형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전세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주택 공급에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의 전세난 해소엔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재건축ㆍ재개발 속도 조절을 통해 멸실 증가에 따른 전ㆍ월세 증가요인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매매시장은 내년 상반기에 바닥을 치고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박덕배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매매가격이 10% 정도 더 떨어질 것"이라고 했고, 김선덕 소장도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보이다가 아파트 신규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하반기 정도에 3% 안팎의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이 바라는 활성화 대책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박 시장의 철학처럼 거래 활성화를 통한 매매가 상승보다는 수요자를 고려한 맞춤형 주거정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선덕 소장은 "다양한 계층의 수요를 감안한 주거 복지가 중요하며,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형 위주 공급도 그 대안 중 하나"라고 했고,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전세비율이 높은 수도권 신도시의 교통편의를 개선하면 전셋값 하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덕배 연구위원은 "재건축 속도 조절과 함께 노후주택 밀집지역 등 서민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연구위원은 "주택 수요자들의 소득과 자산 특성에 맞는 다양한 모기지 지원 방안과 재건축 사업 추진을 위한 금융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고, 박원갑 팀장은 "저소득층 주거 안정대책과 중산층 주택시장을 분리한 시장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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