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수시 전형료 얼마나 나오셨어요? 전 28만원. 엄마 미안해."
한 대학 입시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에 "그 정도면 적은 것"이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원서) 5개 넣고 40만원"은 기본이고 심지어 "10개 넘게 쓰니 100만원 들었다"는 반응까지 있었다. "돈 없는 애들은 알바해서 지원해야 하나", "대학 가는 게 불효 같다"는 한탄도 나왔다.
한 번 지원하는 데 3만~15만원에 이르는 대입 수시 전형료가 수험생들의 입시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은 한두 해 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2012년 입시에서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쉬워진 대입수학능력시험과 높아진 수시 모집 비율이 수험생들의 수시 지원 과열로 이어진 올해 수험생들의 수시 전형료 부담이 더 커졌다.
수도권 33개 대학의 수시 모집 평균 경쟁률이 33대1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올해 대학들의 수시 전형료 수입도 사상 최대일 것으로 예상된다. 8만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약 4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고려대의 경우 일반전형료 6만5,000원으로 계산하면 수시 전형료 총수입만 52억여원, 47대1의 경쟁률로 약 7만1,700명이 지원한 성균관대(1인당 일반전형료 7만원)는 약 50억원의 수입이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지난해 서울 및 수도권 23개 주요 사립대 수시 전형료 현황'에 따르면 이들 대학의 수시 전형료 수입은 학교당 평균 26억 5,000만원이었다.
비싼 수시 전형료는 '대학에서 수험생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해 원서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대학들은 "전형료 수입은 입시 관련 업무에만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수시 전형료 수입이 약 70억원으로 수도권 사립대학 중 가장 많았던 중앙대 관계자는 21일 "지원자가 많으면 그만큼 선발 절차 진행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입시 관련 업무에 광고ㆍ홍보, 입시설명회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에 책정된 비용만 줄여도 전형료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학들이 전형료 수입ㆍ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입시 업무 외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끊이지 않는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전형료 사용처에 대해 언론에 밝힐 의무가 없다"며 내역 공개를 꺼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8월 발표한 "수험생의 대입 전형료 부담을 덜기 위해 전형료 환불 대학을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00여개 대학에서 실시되는 부분 환불은 그 금액이 적고 해당 사유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수시 1차 다단계전형에서 서류 심사 탈락자에 한해 전형료의 30~40%를 돌려주고 논술전형으로 치러지는 수시2차의 경우 부분 환불조차 안 된다.
교과부는 전형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현재 무제한인 수시 응시 기회를 5회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수시를 확대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응시 기회를 보장해주는 취지인데 다시 그것을 제한하면 반발이 엄청날 것"(연세대 관계자)이라는 대학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래저래 내년에도 비싼 수시 전형료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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