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 총학생회 선거가 한창인 가운데 고려대에서는 두 유명인사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고대녀 vs 고파스'.
TV 토론회에서 똑부러진 발언으로 학교 안팎에 잘 알려진 '고대녀' 김지윤(27·사회학 4)씨와 고려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고파스' 제작자 및 운영자로 고려대 학생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박종찬(29·식품자원경제학 3)씨의 경쟁이다.
김씨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정국 당시 열린 '한승수 국무총리와 대학생 시국토론회'에서 "오늘처럼 고대생인 것이 창피한 적이 없다"며 정부를 조리 있게 비판해 '고대녀'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후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한 TV 토론회에서 김씨가 2006년 고려대 병설 보건대 차별 항의 시위로 출교를 당했던 일을 두고 "학교에서 제적당한 민주노동당 정치인"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씨는 주 의원에게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 7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용산참사 등 사회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 온 김씨는 공약도 '1% 부자증세로 99%에게 복지 확대' '청년실업자에게 실업수당 지급' 등 사회 이슈가 많다. 김씨는 "대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도 돈 되는 학문만 육성하는 대학 정책에 따라 원하는 학문은 못하고 있듯, 시장논리에 휘둘려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시민들과 함께 권익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총학생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씨는 '작은 학생회'를 추구한다. 2007년 고파스를 만들어 운영해온 그는 그동안 온라인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온 것을 바탕으로 생활 밀착형 사업들을 진행하겠다는 계획'. 한대련탈퇴' 'ATM수수료 무료화 확대 및 흡연부스 설치' 등이 박씨의 공약이다. 박씨는 "현총학이 한대련 홍보활동에 만치중해 한대련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며 "한대련은 탈퇴해도 등록금 문제는 연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정치외교학과 김도원(26)씨는 "월가 시위, 하버드생의 (보수 성향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 수업 거부처럼 전세계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김지윤씨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반면, 국문학과 김희진(25)씨는 "고파스를 오래 운영한 박종찬씨가 학생 의견을 잘 알 것"이라며 지지했다.
이번 총학생회장 선거에는 이들 외에 2명의 후보가 더 출마했으며, 29일 투표를 시작해 12월 2일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