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 119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아홉 번째로 분담금이 많습니다. 하지만 재판소 직원 1,000여명 중 한국인은 컴퓨터 분야에 단 한 명뿐입니다.”
아시아인 최초 국제사법기구 수장인 송상현(70) ICC 소장이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에게 보다 넓은 시야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취업전쟁을 통해 로펌과 대기업 등 당장 돈벌이가 되는 국내 일자리에 둥지를 트는 것도 좋지만,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자신과 국가의 장래를 보고 국제기구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송 소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ICC 안에는 법률가들이 일할 자리는 물론 인사, 재무 등 여러 분야 일자리가 많다. 웹사이트에 늘 채용공고가 날 정도”라고 했다. 단 새로운 한국인 재판관 선임은 다르다고 했다. ICC 재판관 18명은 한 나라에 한 명 원칙에 따라 본인 재임 기간인 2015년까진 한국인 재판관이 선임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언어와 자기분야 전문지식뿐 아니라 ICC 역할 등에 관한 공부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채용 노하우’도 공개했다. 그는 특히 “처음부터 좋은 자리만 노리다 안 되면 포기하지 말고, 인턴이나 전문가 방문근무 등 자격으로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송 소장은 1963년 서울대 법대 졸업과 함께 사법시험 합격 후 72~2007년 35년간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했다. 서울대 재직 동안 미국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법대에서 교환 교수 등으로도 활동했다. 특히 94년엔 뉴욕대 법대 석좌교수로 임명되기도 했다. 2009년 3월부터 2대 ICC소장을 맡고 있다.
다음해 3월 3년간 소장 임기를 마치는 그는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소장 재선과 관련해 “ICC를 위해 할 일이 많고 한국인 최초의 국제사법기구 수장으로서 소명감도 느낀다”는 말로 재선도전 고민을 내비쳤다. 또 “소장 재선에 나서지 않아도 재판관 임기는 3년 더 남아 있다”며 “12년간 ICC 생활이 끝나면 일단은 좀 쉰 뒤 후학들을 위해 봉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소장은 ICC 최대 현안인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의 재판에 대해선 “국제적 정의와 공정한 재판 진행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단호함을 보였다. 리비아 정부가 신병을 넘겨 주지 않으면 ICC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ICC는 인륜 범죄혐의로 알 이슬람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송 소장은 “ICC는 사형제가 없고 수감자 인권보호가 잘 돼 있다는 점에서도 알 이슬람에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그=연합뉴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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