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박희영(24ㆍ하나금융그룹)이 활짝 웃었다. 95번이나 쓰러졌지만 96번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에 우뚝섰다.
박희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그랜드 사이프레스 골프장(파72ㆍ6,518야드)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 홀더스(총상금 15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였다. 박희영은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쳐 7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공동 2위 산드라 갈(독일), 폴라 크리머(미국)를 제치고 LPGA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우승 상금은 50만 달러로 이번 시즌 내내 벌었던 35만1,781달러보다 많다.
박희영은 "많은 사람이 그 동안 왜 우승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이제 나도 우승할 수 있다고 답하게 됐다. 꿈이 이뤄졌다"고 기뻐했다.
가장 좋은 스윙을 가진 선수
박희영은 아마추어 때부터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2004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국내프로대회 하이트컵에서 우승한 박희영은 이듬해 프로로 전향했다. 박희영은 최나연(24·SK텔레콤)을 제치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희영은 2005년 국내 상금랭킹 50위 이내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가장 좋은 스윙폼을 지닌 선수'로 뽑힐 정도로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
박희영은 2007년 L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에 도전해 3위를 차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우승 갈증을 풀다
박희영은 2009년 시즌 상금 66만6,305달러를 벌어 상금 순위 20위에 오른 것이 개인 최고 성적이었다. 이 대회 전까지 95차례 출전했지만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것은 2009년 혼다 LPGA 타일랜드와 미즈노 클래식의 준우승이다.
올해 8월에는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최종 라운드 17번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려 첫 우승을 바라봤지만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박희영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이번 우승이 앞으로 내 인생을 바꿔놓을 것 같다.동생(박주영)이 KLPGA Q스쿨을 앞두고 있는데 내 우승을 통해 동기부여가 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야니의 독주로 마무리
LPGA 투어는 이 대회를 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모두 23개 대회가 열린 가운데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가 혼자 7승을 쓸어 담았다. 청야니는 상금과 평균타수, 올해의 선수, 다승 부문 등을 독식했다.
태극낭자들은 청야니의 기세에 밀려 지난 7월 US여자오픈에서 유소연(21ㆍ한화), 지난달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최나연(24ㆍSK텔레콤), 이날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박희영 등 3명만 정상에 올랐다. 올해 거둔 3승은 2000년 박지은(32)과 김미현(34ㆍKT)이 1승씩을 기록해 2승을 올린 이후 한국 선수 최소 승수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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