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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사가 살아야 교육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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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사가 살아야 교육이 산다

입력
2011.11.2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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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유학생들을 많이 가르쳐 본 외국 교수들을 만나면 한국 유학생들이 매우 예의가 바르고, 똑똑하다는 얘기들을 종종 한다. 그들은 "어떻게 한국 학생들은 부모에게 애틋하고, 교수에게 깍듯하냐"고 물어본다. 2008년 유에스에이 투데이 지는 "미국에서 가장 흔한 고민인 고교 중도탈락에 대해 한국에서 질문을 하면, 질문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전학을 가는 게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다구요? 라고 되묻는다" 고 보도한다.

끝없이 추락하는 교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교생들의 약 7%가 고교를 제 때에 졸업하지 못하는 반면, 미국의 고교생들은 전체 학생의 25%에 해당하는 무려 120만 명의 학생들이 제대로 졸업을 하지 못한다. 위키피디아에 '한국의 교육'을 입력하면 '한국의 성공과 경쟁력은 열성적인 교육의 산물'이라고 시작된다.

그러나 외국인들에게 성공적으로 보이는 우리의 교육의 내면에는 과열된 경쟁, 과도한 학습부담, 낮은 학습흥미도 등의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심각하게 여겨지는 보다 근원적인 교육의 문제는 바로 교사의 권위 추락이다.

교사는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교사가 살아야 교육이 산다. 교육학에서는 효과적인 교육프로그램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을 교수자로 설정한다. 똑같은 교육과정이라도 열의에 차 있는 교수자가 운영할 때와 의기소침한 교수자가 운영할 때에는 큰 차이가 나타난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지난 2년간 경기 지역 학교에서 학생을 때린 교사보다 교사를 때린 학생이 더 많다는 최근 보도는 충격적이다. 교사의 권위가 땅에 추락하다 못해 땅 속으로 꺼지고 있는 느낌이다. 교사의 위치가 흔들리는 것은 곧바로 교육의 붕괴로 이어진다. 경기 지역 교권침해 건수도 지난 해 134건, 고교생의 규칙위반도 지난해 4,072건으로 계속 증가세이며, 올해는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상 지금처럼 교사의 위상이 내려앉은 적은 없다. 교사가 자신의 학교에서 학생에게 맞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지 않고 교사를 무시하는 실질적인 교실붕괴가 이어지고 있다. 교직에 처음 들어선 제자들이 대학을 찾아와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종종 우울하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까지 가려면, 학생이 절반 이상 졸고 있는 교실들을 여럿 지나게 되요. 시간이 지나면 나도 저렇게 되나하고 걱정이 되요." 아이를 처음 학교에 입학시킨 후배들의 이야기는 더욱 실망스럽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같지 않아요. 선생님이 아이들을 포기한 것 같아요.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막 돌아다니고, 싸우고 그래도 선생님이 그냥 보고 앉아 있어요."

문제는 이만큼 심각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교사가 제 자리를 찾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 자칫하면 더 이상 손 쓰기 힘들만큼 공교육이 망가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교육 살리기는 복잡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문제이지만, 교사 살리기부터 시작한다면 의외로 간단하게 문제가 풀릴 수 있다.

교직은 자부심으로 채워져야

교사가 제 자리를 찾기 위해선 이를테면 학생들을 열심히 잘 가르치는 교사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학교, 잡무에 시달리기 보다는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학교, 교사에게 함부로 대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는 발 붙일 수 없는 학교 환경부터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교사를 우러러 볼 수 있는 분위기부터 만들어야 한다. 핀란드처럼 모든 교사가 석사학위 소지자가 되도록 규정해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상향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연봉이 높은 직업이라야 인기가 좋은 현실에서, 교사들의 소명의식 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교사들의 연봉을 민간 기업의 수준으로 향상하는 것도 필요하다. 교사가 자부심을 갖고 교직에 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김은주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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