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우승)해도 그만 못 해도 그만이었는데, 나중에는 못 하면 망신이다 싶었어요. 그래도 결국 지켰네요.”(유세윤)
서바이벌 형식의 개그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모은 케이블 채널 tvN의 ‘코미디 빅리그’ 첫 시즌 우승은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가 뭉친 ‘옹달샘’ 팀에 돌아갔다. 세 사람은 동물들의 기상천외한 대결을 그린 ‘기막힌 서커스’로 초반부터 인기몰이를 해왔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지만, 내로라 하는 개그맨들이 자존심을 걸고 10주간 그야말로 피 말리는 경쟁을 펼친 끝에 거머쥔 우승이라 기쁨과 감동이 더 큰 듯 했다.
위축된 코미디 부흥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자처한 이 프로그램에는 옹달샘을 비롯해 KBS ‘개그콘서트’ 무대를 누비던 박준형 정종철, SBS 출신의 이재형, 한현민, 윤택, 김형인, MBC 김미려 등 내로라 하는 개그맨들이 대거 참여했다. 11개 팀이 매주 경합을 벌여 관객들 평가로 순위를 정하고 19일 방송된 10회 경연까지 누적점수로 우승자를 가렸다.
‘기막힌 서커스’는 조련사 유상무가 갖가지 동물들을 싸움 붙이는 내용으로, 동물로 변신한 유세윤ㆍ장동민의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와 동물 연기 애드리브가 압권이다. 그 동안 시부엉새(시조새+부엉이) 빙닭(빙어+닭) 치질라(치타+고질라) 등 기상천외한 동물 캐릭터를 선보여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했다. 우스꽝스런 분장이나 몸짓 등이 두드러진 ‘몸 개그’와 말로써 웃기는 요즘 트렌드의 절묘한 조합이 웃음의 포인트.
마지막 방송 사전녹화가 진행된 15일 밤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옹달샘을 만났다. 유세윤은 “앞으로 옹달샘이 함께 할 수 있는 무대라면 시청률이 낮더라도 어디든 서겠다”고 말했다. 장동민은 “빙닭 캐릭터를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아쉽다”고 했다. 유상무가 “기존 코미디라면 한 9개월쯤 끌다 빙닭이 나왔을 텐데 참 아깝다”고 맞장구치자, 유세윤이 정리에 나섰다. “난 좋은 거 같아. 재밌을 때 딱 끝나니깐.”
우승 상금 1억원을 놓고 한동안 “기부할까, 아니야 그럼 시즌2 우승자한테 부담이 될 거야” “이번만큼은 나쁜 데 쓰자” 등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함께한지 10년도 넘어 이제 눈빛만 봐도 애드리브가 척척 나온다는 이들은 늘 모든 일을 만장일치로 정해왔듯이 이번 상금도 셋 모두 합의하는 쪽으로 쓰겠다고 했다.
사실 옹달샘은 초반부터 너무 센 개그로 인기를 독차지해 ‘코미디 빅리그’ 출연자들 사이에서 ‘공적’이 됐다. 경쟁 구도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속앓이도 심했다. “처음엔 장난이지 싶었는데, 우리 등수가 높으면 박수가 없고, 낮게 나오면 그때서야 박수가 나왔어요. 어우러지고 싶은데….” 순위 경쟁이란 프로들에게도 그만큼 혹독한 무대였다.
막판 4차원 폭주족을 앞세운 ‘내겐 너무 벅찬 그녀’를 들고 나온 ‘아메리카노’(김미려, 안영미, 정주리) 팀의 추격은 위협적이었다. 유상무는 “안영미의 폭주족 캐릭터가 바람을 타서 긴장했다”며 “다음 시즌에는 힘겨운 상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미디 빅리그’는 내년 초 시즌2를 선보인다. 기존의 인기 개그맨들뿐 아니라 관객과의 소통 개그로 3위를 차지한 ‘아3인’(이상준 예재형 문규박), 초반 부진을 씻고 역전 드라마를 펼친 ‘꽃등심’(전환규 이국주) 등 신예들이 독한 무대를 한차례 경험한 뒤 얼마나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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