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저축은행에 이어 동양생명 등 중소형 보험사들이 매물로 나올 조짐이다. 비(非)은행 부문 덩치 불리기에 관심을 보여 온 금융지주사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계열사인 동양생명 매각을 검토 중이다. 동양은 17일 "적정 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자가 나타날 경우 경영권 매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고펀드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보고펀드는 동양생명 지분 60.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경영 악화로 9월 말 지급여력비율이 52.6%까지 떨어진 그린손보도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그린손보 이영두 회장은 최근 "자본 확충을 위해 경영권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에르고그룹이 5월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하면서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이 매물로 나와있고, ING생명도 매각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보험사의 인수 주체론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첫 손에 꼽힌다. 은행이 주력인 이들은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비은행 부문의 성장을 꾀해왔다. 특히 보험업의 경우 금융당국이 과당 경쟁을 우려, 신규 설립 허가를 좀체 내주지 않는 분야다.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저축은행과 보험사를 모두 잡으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자산 규모가 크고 내실도 탄탄한 동양생명이 관심의 초점이다. 금융권에선 KB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매출과 이익의 은행 의존도가 가장 높은 탓이다. 어윤대 회장도 "ING 측에 생보사를 팔 것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유력 후보다. 자산 기준 업계 8위의 신한생명을 보유한 만큼 바로 앞 순위의 동양생명을 인수하면 삼성ㆍ대한ㆍ교보생명 등 대형 3사를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다. 한동우 회장이 올 하반기 들어 저축은행을 제외하곤 M&A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는 게 변수다. 최근 녹십자생명을 인수한 현대차그룹이 보험사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손보사가 없는 금융지주사나 유동성 관리가 필요한 기업들이 그린손보에 주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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