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시군 통합이 곳곳에서 '통합 시청사 입지 갈등' '지역 역차별'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정부 주도의 통합은 자치제 정신에 위배되고 실익도 적어 전면적인 수정ㆍ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일 행정안전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말까지 통합 희망 지자체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내년 상반기 내 통합 지자체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40여개 지자체가 통합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앞서 통합한 시군들은 하나같이 심각한 지역 갈등에 휩싸여 있다. 가장 빈번한 분쟁은 시청사 입지 선정 문제. 현행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은 이권이 걸린 통합 시청사 입지를 자치단체에 일임하고 있다. 통합 시청사를 확정해 신청했더라도 위원회 승인 후 주민투표나 시의회 의결 과정에서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다.
실제로 1998년 통합한 여수시(여수시ㆍ여천시ㆍ여천군)는 3자간 합의에도 불구, 13년째 청사를 마련하지 못해 김충석 시장이 옛 시청사를 순회하며 결재를 하고 있다.
2010년 7월 통합한 창원시(마산, 창원, 진해)는 정치권 주도의 시군 통합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창원시의회는 이달 4일 임시회에서 '통합시를 다시 분리하자'는 건의안과 '통합시 청사를 조기에 결정짓자'는 결의안을 동시에 의결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옛 마산 출신 의원들이 통합청사 소재지를 연내 결정하자는 결의안을 상정하자, 위기를 느낀 창원 출신 의원들이 3개 시로 다시 분리하자는 건의안으로 맞불을 지핀 것. 이들은 통합 당시 시청사를 마산 또는 진해 지역에 두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의 시청사 중재조항이 없어 빚어지는 갈등이다.
지역 이기주의는 지역 분열로 확산되고 있다. 옛 마산, 진해지역 70여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강제통합 무효 시민연대' 등을 결성, "주민의 뜻과 배치된 통합은 무효"라며 통합무효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1995년 통합한 평택시와 송탄시는 아직도 시청은 평택, 시의회는 송탄에 두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이밖에 1995년 순천시와 통합한 승주군은 경제력이 순천시로 집중되면서 발전은커녕 공동화 현상이 초래돼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군 통합이 거꾸로 지역차별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하대 이기우(55) 교수는 "통합의 실익이 없다는 게 이미 학계에서는 거의 공통된 의견"이라면서 "생활권이 다르면 경계조정이나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고, 이렇게 해결하는 게 자치제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