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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기업 총수와 역술인의 내밀한 관계…재계가 많이 찾는 용회수씨에게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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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기업 총수와 역술인의 내밀한 관계…재계가 많이 찾는 용회수씨에게 들어보니

입력
2011.11.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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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선물투자를 하면서 역술인으로 알려진 김원홍씨의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져대기업 총수와 역술인들의 관계에 새삼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갖가지 이유로 역술인을 찾는다. 재계에서 이름이 높은 역술인 용회수(75ㆍ본명 이윤영ㆍ사진)씨를 만나 기업 총수들과의 내밀한 관계를 들여다 봤다.

용 씨는 역술계에서 기문둔갑의 일인자로 꼽힌다. 기문둔갑(奇門遁甲)이란 원래 한나라 고조 유방의 책사였던 장자방이 기틀을 잡고 의 제갈공명이 완성한 병법이다. 두 사람은 승리를 위해 어디에 진지를 구축하고 병사를 어떻게 배치해야 할 지를 알기 위해 땅과 하늘의 움직임을 연구했다고 알려져 있다. 당 태종이 나라를 세우는데 활용한 뒤 정치적 이유로 금서로 만들었으며, 국내에는 삼국시대 신라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4세 때부터 천자문을 읽으며 한학을 배운 용 씨는 동국대 생물학과를 나와 서울 대신고에서 교사로 일하던 중 26세 때 서울 삼각산 금선암이라는 절에서 선승 도공을 통해 처음 기문둔갑을 접했다. 이후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며 독학으로 기문둔갑을 깨우친 뒤 지금의 술명(용회수)을 짓고 본격 술사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은 학문이 끊기지 않도록 후학들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으며, 필리핀 에라스트국립대 학생들에게도 인터넷으로 동양철학을 영상 강의하고 있다.

원래 그의 전공은 지관이다. 즉, 기문둔갑의 특징 대로 땅의 기운을 살펴 좋은 건물 터와 묘자리 등을 알려준다. 그 바람에 그를 거쳐간 기업인이나 재계 총수들이 숱하게 많다. 용 씨는 "이름 꽤나 알려진 국내 대기업들은 대부분 다녀갔다"며 "서울 시내에 들어선 주요 기업들의 건물터를 꽤 많이 봐줬다"고 회고했다.

예컨대 CJ엔터테인먼트(지금의 CJ E&M)가 2003년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에 입주할 때에도 그의 조언을 들었고, 60~70개에 이르는 CGV 극장도 그가 입주할 자리를 봐줬다. 용 씨에 따르면 SK그룹도 여러 건물 터를 정할 때 그를 찾았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을 생전에 몇 차례 만났던 그는 여러 건물 터에 대해 조언했다고 한다. 그는 삼성그룹의 기업 운이 세계 경제가 어려워도 흔들림 없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며 웃었다.

고인이 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과의 일화도 털어놓았다. 용 씨는 "정 회장은 사람을 시키지 않고 직접 전화를 걸어와 몇 차례 독대했다"며 "이름에서 주(周)자를 보면 길한 기운을 덮고 있는 형국이니 서명을 할 때 길(吉) 자의 세로 획이 위로 뚫고 나오게 쓰라는 조언을 했고, 정 회장이 껄껄 웃더니만 그 뒤로 그렇게 서명을 하면서 해외 사업을 곧잘 했다"고 기억했다.

기업인들처럼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하는 정치인도 곧잘 찾았다. 용 씨는 25년 전 부친의 묘자리를 봐달라며 느닷없이 찾아온 모 정치인과 동행을 했다. 용 씨는 "어느 지역에 들려 보니 세상에 이렇게 좋은 땅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며 "이곳에 묘를 썼는데, 뜻한 바를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이토록 역술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되도록 화(禍)나 불운을 피하고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모 기업인은 "이왕이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찾는 것"이라며 "역술인의 말은 참고 대상일 뿐 결정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용 씨도 "중요 사업 결정을 하기 위해 찾아온 경우는 없었다"며 "좋은 기운을 얻고자 묘자리나 건물 터, 출입문 및 총수들의 방 위치 등을 정하기 위해 찾았을 뿐"이라고 거들었다.

내친 김에 국운을 물었다. 용 씨는 "당분간 국운이 괜찮다"며 "대내외적으로 경제도 좋아지고 정치적 위상도 올라가겠지만,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여기에 자만하지 말고 고단한 사람들의 삶을 두루 살피지 않으면 국민들의 마음이 돌아설 수 있으니 이를 배려하는 혜안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내년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한 채 "2012년이 아니라 2017년에는 경제인 출신의 대통령이 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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