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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공감] 이용녀, 연극배우로 30년 영화배우로 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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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공감] 이용녀, 연극배우로 30년 영화배우로 7년

입력
2011.11.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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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용녀(54)씨는 온갖 영화 연극 드라마에 얼굴을 내민다. 하지만 조연만 계속하기 때문에 그를 쉽게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연극 배우로 입문한 것이 1978년이니 연기 생활만 33년째다. 뮤지컬로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사운드 오브 뮤직> <넌센스>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것들에 출연했다. 연극 <연산> <애니깽> <등신과 머저리> <뿌리> 등에 나왔고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 <말미잘> <여고괴담1>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과 <엄마는 창녀다> 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영화에도 출연했다. 1년 전부터는 TV 드라마에도 자주 나왔다. 영화에서는 주로 특이한 목소리에 약간 '맛이 간' 듯한, 광기 어린 모습으로 등장하는 역할이 많다. 외모를 보면 '그로테스크'(grotesque)하다는 단어가 매우 적합하다. <여고괴담1> 에서 피아노 줄에 매달려 있다가 죽는 '늙은 여우'라는 여교사 역할, <전우치> 에서는 요상한 목소리의 미친 할머니, <이층집 악당> 에서는 '맛이 간' 2층 아줌마 역할을 소화했다.

정작 그는 정상적인 자기 목소리로 편안한 연기를 하고 싶어한다. 주연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는다. 대개 젊은 남녀 배우들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연극 바닥에서는 주연 배우로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65cm의 늘씬한 키에 발레와 무용 등으로 단련한 몸매로 무수한 '스폰서' 제의를 받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유기견 수십마리를 키우며 전원생활을 하는 평범한 일상에 만족하고 있다. 예쁘고 젊은 배우만 살아남는 세상,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 쉰이 넘어 할머니 소리들을 나이에 주연을 꿈꾸는 것 조차도 사치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책을 잃는다. '조연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영화에 입문한 계기는.

"어느 날 영화가 너무 좋았다. 왕가이 감독의 <해피 투게더> 였다. 물론 그 전에도 좋은 영화를 많이 봤다. 남자끼리 사랑하는 영화라는데, 난 그렇게 안보이고 인간이 너무 외롭고 쓸쓸하면 뭔가 따뜻한 체온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이 문제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춥고 외로우면 남자끼리 의지를 할까라는 것이다. 폭포수 하나를 인생의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둘이 이구아수 폭포를 보러 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인생이 너무 허망하게 묘사되지만,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글로 써서 배우를 이해시키고 그걸 영화로 만들어서 관객을 이해시켜 관객이 외롭지 않게 해주는 왕가이 감독에 감동했다. 나만 혼자 외로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저걸 이해하고 해석하고 표현해서 관객을 외롭지 않게 해주는 감독이 너무 대단해 보였다. 영화라는 힘도 대단했다. 그 영화를 본 뒤 몇 달을 행복했었다. 그래서 나도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오디션을 봤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가 첫 오디션이었다. 그 전엔 영화에 관심이 없었다. 박찬욱 감독이 누군지도 몰랐다. 오디션에 합격이 됐다. 그때 다른 사람들이 박감독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다. 영화를 시작한지는 7년 밖에 안됐다. 물론 그 전에 <여고괴담1> 을 한 적이 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학교 선배 등에게 엮였다. 당시 피아노줄에 매달려 있다가 죽는 장면인데 너무 아팠다. '늙은 여우'라는 별명을 가진 여교사 역할이다. 그런데 재촬영을 해야 되니 다시 오라고 했다. 너무 화가 나서 안가겠다고 버티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게 된 이후에는 겨울에 얼음물에 들어가라고 하든 몇 시간을 매달려있으라고 하든 해낸다. 그런 것은 고통도 아니다. 한 달이라도 매달릴 수 있다. 영화 때문이라면."

-과거에는 주로 연극을 했는데.

"연극을 오래했다. 대학 졸업하기 전부터 했다. 30년이상 했다. 영화로 간 것은 7년, TV도 1년 됐다. 현대극장에서 주로 연극을 했는데 가장 많은 공연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에서 윤복히 김도향 등과 함께 공연했다. 300회가 넘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 이나 <넌센스> 도 오래했다. 좋은 극장, 좋은 무대, 좋은 분들하고 했다. 주로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등 대극장에서 많이 했다. 소극장은 두세 번 밖에 못했다." 영화는 <그 섬에 가고 싶다> 에 처음 출연했다. 그때는 문성근씨가 같이 하자고 했다. 진도에서 촬영한다니까 바닷가에 놀러 간다는 기분으로 갔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친절한 금자씨> 가 처음이다. 지금은 학생들이 만드는 독립영화에도 출연한다. 돈 벌이는 안되고 차비도 내가 줘야 할 판이다. 연극도 계속 한다. 30년 전에는 월급도 받고 수당도 받고 넉넉하게 생활했다. 차도 사고 쓰고 싶은 거 다 썼다. 연극 배우들 중에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고 경찰에 쫓기고 라면만 먹고 소주만 마셨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그렇지는 않았다. 연극 배우라는 것이 가난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고 거의 다 고생을 많이 했는데 약간의 예외였다. 의상 담당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지금도 영화판에서 넉넉하게 쓰는 사람들도 있다. 또 뮤지컬 하는 친구들은 회당 500만원, 다 끝나면 1억원씩 받는 사람도 있다."

-독특한 목소리와 특이한 얼굴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내가 원하는 건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목소리를 내고 과격하게 행동을 하는 역할을 자꾸 맡게 된다. 내 목소리를 그대로 써본 것은 많지 않다. 역할을 과장에서 강하게 하는 것이다. 그게 싫다. 얼마 전 어떤 영화 출연 섭외가 들어왔는데 너무 강한 것만 시켜서 안한다고 했다. 내가 가진 자질을 보여줄 수도 없고 자꾸 이상한 쪽으로만 가는 것 같아서 그랬다. <전우치> 에 출연했을 때도 대사가 두 마디 밖에 없었다. 몇 초도 안되게 스쳐가는 할머니 역이다. 물론 영화 전체로 보면 큰 얘기를 하는 것이다. '화담이 피리를 얻는다. 너는 옆구리에 벗꽃나무 가시가 찔려서 죽는다'라는 대사다. 미친 할머니가 요상한 목소리로 하는 대사 두 마디가 주인공의 인생 전체를 얘기하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저게 무슨 얘기지'라고 의문을 갖게 한 뒤 나중에 그게 문제가 생기게 한다. '저 사람이 죽는다고 했던가? 진짜 죽네.' 뭐 이런 방식이다. <전우치> 는 신들의 얘기다. 그런데 그 신들 위에 있는 더 높은 신령 역할이다. 그 신이 툭 내려와서 농담하고 한번 하고 가는 것이다. 그것을 연기로 소화해서 미리 예언을 하는 것을 관객이 살짝 눈치채게 해야 한다. 이런 역할만 들어온다. 쉽지 않다. 소화가 되지 않은 부분을 연기할 때는 부담스럽고 하기도 힘들다. 편하게 쉬운 역할을 하고 싶다. 내 목소리를 빼고 또 다른 목소리를 내야하고 느낌이 다른 것을 찾아야 한다. 박찬욱감독이 고마운 것은 너무 이상한 것을 시키지 않는다. 평범한 엄마인데 약간 맛이 간 정도의 역할이다. 다른 감독들은 이상한 것을 시킨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에서도 힘들었다. 그런 역할이 지겨울 때가 많다."

-주로 조연만 하는데 불만은 없나.

"영화에서 주연하기가 힘들다. 연극도 30대 초반까지는 주인공을 많이 했다. 상도 많이 탔다. 하지만 서른 살이 넘을 때부터 주인공은 안 들어오고 조연만 들어왔다. '말도 안돼, 나 안 할거야'라고 마음먹은 적도 많다. 한번은 윤석화가 미국에 가기 전에 전세금까지 털어먹고는 '여기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너랑 한번하고 공연하고 끝내자'고 해 할 수 없이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떼돈을 벌었다. 그 바람에 윤석화도 안가고 나도 연극을 계속했다. 나이가 들어 철이 나면서부터는 어렸을 때 선배들에게 많이 도움 받았으니까 지금은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다라고 생각했다. 대사 한마디도 좋고 나의 등짝만 필요하다고 해도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있다. 지금은 주인공할 때가 아니다.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영화 10개 중에 한 두 개는 아예 없다. 외국에서는 좀 다르다. 우리는 주로 젊은 애들이 많이 나온다. 남자 중년들은 오히려 역할이 많다. 여자들은 할머니나 엄마외에는 없다. 한국 사회가 여자를 안 챙기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역할을 남자들이 맡는다. 그래서 쉽지 않다. 이미 연극에서 조연을 한 뒤에 영화를 했기 때문에 작은 일이라도 같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역할이 크고 작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세계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한 땀이라도 내가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다."

-조연이지만 실력파 베테랑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선천적인 것은 아니고, 조금 더 많이 생각하고 많이 찾아보고 해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 소녀 같다는 얘기도 듣는다. 내가 약간 '정박아' 계열이다. 별명이 '미스 정'이다. 정박아라는 별명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너무 똑똑해도 무섭다. 잠깐 살다 가는데 '내가 어떻게 살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내린 결론이 사람이 만든 걸 쫓아가지 말자는 것이다. 사람은 단지 자연의 일부분인데, 자연과 놀고 얘기하고 그 안에서 숨쉬다가 가자는 생각을 했다. 대화도 어눌하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잘 안된다. 지금도 경기도 하남에서 농사를 짓는다. 아파트에 살아본 적도 없다. 싼 전세집이지만 풀 있고 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숨 쉴 수가 없다. 강아지도 50~60마리 있다. 그들이랑 놀고 고양이랑 논다. 사람이 가진 특성을 필요이상 쫓지 말자는 것이다. 승부 경쟁 재산 같은 것이다. 사람은 아름답지만 좋지 않은 특성도 있다. 그래서 마음이 그쪽으로 자꾸 향할 때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오려고 노력한다. 사람냄새 나는 것도 좋지만 자연 그 자체로 느끼는 것이 더 좋다. 내가 이 일을 하려면 더욱 더 맑은 머리와 가슴이 필요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야 다른 것을 넣어도 흡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하고 소통이 잘 되는 편은 아니다."

-젊을 때는 예쁘다는 얘기를 들었나.

"내가 어릴 때 책을 잘못 읽었다. 그때 명작 정도만 읽었어야 했다. 그런데 철학 책을 너무 많이 읽었다. 인간의 본성을 너무 일찍 알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오히려 본능에 충실했어야 하는데, 삶을 미리 재단해버린 같다. 20-30대에는 욕심도 부리고 연애도 하고 그랬어야 하는데 그런 시기를 놓쳤다. 그래서 재미없게 살았던 것 같다. 그때 남자들의 유혹도 많았다. 동료들, 주변에 약간의 일들이 있었다. 자기를 만나면 대가를 주겠다, 스폰서를 해주겠다는 등등. 연극영화계에 그런 풍토가 있었다. 스폰서 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다 거절했다. 나중에는 그런 사람들과도 편하게 지냈다. 뮤지컬, 발레, 무용도 했고 키가 컸다. 165cm다. 발랄하고 스스럼이 없었다. 자유분방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 성격 때문에 주변에서 예뻐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스캔들 같은 것은 없었다. 당시 유혹하던 사람들 중에서 유명한 사람들도 많다. 지금도 탤런트로 활약하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남자들이 나를 그렇게 봐줬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다."

-독서를 많이 한다면서.

"사서 보지는 못하고 교보문고 같은 데서 '도둑질 독서'를 한다. 평일 날 교보문고 구석에 앉아서 교양서적 잡지 전문가서적 등 닥치는 대로 본다. 도넛 몇 개 먹고 죽기살기로 책을 보고 밤에 나온다. 촬영 도중에도 많이 읽는다. 사람들하고 분장실에서 얘기하다 보면 얘기 자체가 너무 허망할 때가 많다. 쓸데없는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근데 거기에 안 끼면 안되는 분위기도 있다. 촬영가면 몇 일 이상 같이 있는데 자꾸 그런 얘기만 하다보면 머리가 돌 것 같다. 배우들이 누군가를 끊임없이 씹는다. 있는 사람만 빼고 다 씹는다. 한번 끼면 계속 끼어야 한다. 거기에 안 끼이려고 계속 책을 본다. 그러면 질문에 대답이나 확인을 안해줘도 된다. 끝나면 술도 마셔야 된다. 작품 때문이라면 며칠밤이라도 샐 수 있다. 재미있게, 피 튀기게 얘기한다. 하지만 다른 것이라면 싫다. 연극할 때도 처음에는 쉽(ship) 파티를 한다. 중간에 또 매일 술을 마신다. 그러면 연습이 안된다. 연기를 잘못했으면 밤새 고민해서 좀 더 다른 모습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끝나고 속상해서 술 마시고 서로 위로하고 만다. 그러면 다음날도 똑 같다. 하지만 집에 가서 왜 안되는지 생각하고 연습을 해야 된다. 쓸데없이 술 마시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찐하게 작품 얘기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좋다.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면 실제 작품에는 도움이 안된다. 그런데 술자리에 자꾸 빠지면 또 욕을 먹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집에 가서 숙제를 한다. 술 먹고 친분으로 엉겨 붙어서 잘못해도 적당히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용서할 수 없다. 나도 술 좋아한다. 집에 별의 별 술이 다 있다. 여유 있을 때는 종류별로 먹는다. 가끔 친해지기 위해서,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서 술을 한다. 습관적으로 모이면 몇 시간을 같이 있어야 한다. 낭비가 심하다. 후배들에게도 '집에 가서 왜 안 되는지 연구해. 눈이 벌겋게 나와야 한다. 분해서 잠이 안 와야 돼'라고 잔소리를 한다. 그러면 애들이 '재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얘기하면 나도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고 불편하다."

-자신이 있는 역할이나 분야는.

"좋아하는 것은 심리적인 것, 매우 섬세한 역할이다. 행동은 거의 없이 심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금 주로 하고 있는 것은 외적으로 표현이 너무 강한 것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주 섬세한 것, 눈동자만으로 얘기하는 것, 그러면서도 엄청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자신이 있다. 한국영화에서는 그런 것이 많지 않다. 우리 영화는 좀 단순하고 표피적이고 일차원적인 것들이 많다. 같이 연기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고민을 해서 다중적인 표현을 쓴다든가 하는 영화가 좋다. 프랑스 영화 중에 '남과 여' 같은 것에 나오는 장면들을 예를 들 수 있다. 눈으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맛깔 나게 연기하고 싶다. 그저 울고불고 바지 가랑이 부여잡는 것들과는 차원이 좀 다르다."

-박찬욱 감독과 영화를 자주 했다.

"박 감독의 현장은 앤티크가 많은 고급스런 카페에서 실내악 4중주 연주가 나오고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깔끔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큰소리 치는 사람이 없다. 조용 조용하다. 빨리 빨리도 없다. 고즈넉하다. 감독이 소리를 지르는 법도 없다. '다시 한번 할까요? 좋은데 한번 더 준비하시고.' 뭐 이런 분위기다. 어떤 배우가 NG를 28번이나 냈다. 다른 배우들도 뚜껑이 열릴 정도였다. 박 감독은 그래도 표정하나 안 변하고 계속 하는 사람이다. 배우가 기분이 좋다. 내가 근사한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연기를 할 때도 기분이 좋은 상태로 진행된다. <타짜> 의 최동훈 감독은 현장이 살아서 움직이는 느낌이다. 스타벅스 같은 집에서 시끌벅적하고 띵똥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분위기다. 좋은 감독들이 아무것도 아닌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고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나 드라마는

"사실 아직은 없다. 작품이 좋았던 것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였다. 대본은 아주 좋았는데 영화가 조금 늘어졌다. 어마어마한 철학적 얘기가 담겨있는 것이지만 거식증환자와 정신병자 얘기처럼 한정됐다. 그게 잘 안돼서 마음이 좀 아프고 작품이 좀 아깝다. 대본은 참 잘 썼는데 표현이 잘 안됐다. TV드라마도 출연한다. 집에 입양한 개를 많이 키우는데 사료가 한달에 400kg이나 들어간다. 아프니까 병원도 보내야 한다. 영화랑 연극만해서는 그 문제가 해결이 안된다. 그래서 드라마를 찍을 수 밖에 없다. 고정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입양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드라마에 출연한다. 영화는 1년에 한 두 편이라 벌이가 안된다. 드라마는 한 달에 몇 개 하면 사료값이 나온다. 나를 예뻐했던 선생님들이 조금 실망하는 분위기다. 왜 그런 거 하냐고 하는데 형편이 좀 힘들어서 그렇다."

-유기견을 많이 키운다면서.

"남들이 사람을 키우지 왜 동물을 키우냐고 한다. 하지만 내가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이미 신체기증도 했다. 신체기증을 할 수 있는 부위가 138군데라고 들었다. 헌혈도 많이 했다. 골수기증을 하려고 했더니 나이가 많아서 안된다고 했다.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한 지원금도 나간다. 그런데 사람들이 동물들을 교배를 시켜서 새끼를 낳고는 필요없다고 버린다. 그래서 데려와서 키운다. 좋은 데로 입양도 많이 보냈다. 100마리 정도 했다. 어떨 때는 군부대에서도 요청이 온다. 한강 다리 여러 군데에서도 군초소용 경비견을 달라고 한다. 20마리 정도 대형견을 입양시켰다. 입양 보내면 잘 크고 있다고 사진을 보낸다. 헬스클럽 가서 운동하느니 개들 똥 치우고 목욕시킨다.."

-연극계가 좀 변했다는데.

"문제가 많다. 옛날에는 경건하고 조심하는 분위기에서 무대에 섰다. 지금은 좀 막가는 것 같다. 아무 작품이나 막 한다. 예술이라는 건 인간들이 갖고 있는 아주 고급스러운 부분이고 묘한 특성이 있는 것이다. 이걸 하려면 많은 생각을 하고 시작 해야한다. 막하면 잡기가 된다.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대학로에 이런 것들이 섞여있다. 연기는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한다. 보는 사람들도 재미있어 하고 공감하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잔재주만 피고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연극계가 벌을 받아야 한다. 선배들도 그런 걸 지켜주지 못해 벌을 받아야 한다. 대학로는 한번 혼나고 다시 털고 일어나야 할 것 같다. 연기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스스로를 버리고 함부로 대하고 있다. 무대에 서는 배우가 정말 좋은 모습이라야 관객도 즐겁게 볼 수 있다. 이상한 작품을 하면 스스로 큰 해를 입는 것이다. 왜 자신을 아끼지 않고 막하는 지 알 수 없다. 정말 기도하는 마음으로 절실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작품을 골라야 한다. 지금은 그런 것조차 없이 오로지 하고 싶다는 욕심만 부린다. 과거에는 후배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조금 이해를 했는데 이제는 씨알도 안 먹힌다. 선배들은 후배들을 방치하는 것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하고 후배들은 공부하지 않고 무모하게 덤비는 것에 대해 혼나야 한다.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을 방치하고 자기만 생각하고 있다. 다시 시작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앞으로 목표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 어떤 역할이 오든 대사가 한마디든 어깨 끝자락만 나오는 것이든 그것을 크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한 구석을 열심히 하도록 내가 만드는 것이다. 영화에 등짝만 나온다 해도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것을 위해서 준비를 계속 하겠다. 다른 공부들을 계속해야 한다.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 이용녀는 누구.

1957년생으로 경기 평택에서 태어났다. 무학여중ㆍ고와 중앙대 연극영화를 졸업했고 고교시절 연극에 입문했다. 결혼은 못했다. 78년부터 극단 현대극장 등에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사운드 오브 뮤직> <넌센스> , 연극 <연산> <애니깽> 등을 거친 중견 배우다. 영화에 입문한지는 7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그 섬에 가고 싶다> , <말미잘> , <여고괴담>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가끔씩은 TV드라마도 찍는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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