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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농어촌 재능기부 수기공모 대상 김송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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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농어촌 재능기부 수기공모 대상 김송희씨

입력
2011.11.1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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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려고 바라보는 사물은 평소와 다르게 보인다는 농촌 아주머니의 말에 큰 힘을 얻었어요. 삶의 변화는 일상을 조금 다르게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니까요."

올해 1, 2월 충북 제천시 농촌마을 대전리에서 폐교를 정비해 마을 부녀자들에게 그림을 가르쳤던 김송희(30)씨. 그는 낫이나 호미 대신 연필을 쥐는 것을 어색해하던 농촌 중장년 여성들이 어느새 그림에 빠져들어 아이처럼 재미있어하는 모습에 고무된 표정이다. 지난달 농림수산식품부가 주최한 '2011 농어촌 재능기부활동 수기공모전'에서 일반인 부문 대상을 차지한 김씨는 "나의 작은 재주가 농촌에 생기를 불어 넣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문화ㆍ예술 활동을 평소 접하기 힘든 농어촌에 보급하는 사회적 기업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예마네)'에서 일하는 그는 지난해 6월 예마네가 대전리에 폐교를 구하면서 마을 여성들과 인연을 맺었다.

첫 수업에 모인 학생은 40~60대 8명. 그러나 이들은 "이 나이에 무슨 그림이야", "미술에 소질 없어", "내가 해봤어야 알지"라며 자신감 없어했다. 미술과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우선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이 담긴 화집을 보여주며 느낀 점을 얘기하고, 연필을 눕혀 두껍게 선을 그리거나 세워서 얇게 긋는 기초적인 것부터 가르쳤다. 한달 가량 지난 후 학생들은 컵, 밀짚모자, 휴지 등 주변의 사물을 그리며 서서히 실력을 쌓아 나갔다. "내가 그림을 그리게 될 줄 몰랐어. 생전 처음이야"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도 흥미를 붙였다.

김씨가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은 2명씩 서로 마주보며 상대방의 초상화를 그리도록 했던 수업이다. 평생 함께 지내온 이웃이라도 쌍꺼풀은 있는지, 콧망울은 어떤 모양인지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본 게 처음이라 서로 쑥스러워했다. 그리곤 "이제 보니 우리 많이 늙었네", "젊었을 땐 참 고왔는데…"라며 회상에 젖거나 "주름살은 빼고, 젊고 예쁘게 그려줘"라는 당부를 주고 받았다. "쑥스러움, 안타까움, 신기함, 재미가 섞인 만학 미술학도들의 웃음소리가 계속 이어져 참 훈훈했어요."

평생 농사만 짓던 여성들이 두 달간 미술을 배워 생전 처음 그린 그림들을 모아 전시회도 열었다. "수업시간 내내 학생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생전 처음'이라 전시회 제목도 '생전처음'전으로 정했어요."

그는 다음 달 중순 두 번째 미술교실을 연다. 김씨는 "농촌에서는 한 번 베풀고 떠나는 일회적인 봉사보다 관계를 지속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매년 미술교실을 열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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