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여인 /이문열 지음 /민음사 발행 276쪽 1만1,500원
소설가 이문열씨가 <불멸> 이후 1년9개월 만에 신작 장편소설 <리투아니아 여인> 을 냈다.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뮤지컬 음악감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은 이씨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주제인 예술가의 정체성을 탐색한 예술가 소설이다. 리투아니아> 불멸>
이국적 외모와 뛰어난 음악적 재능,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갖춘 주인공 김혜련은 뮤지컬 음악감독으로서, 또 시립 교향악단의 지휘자로서 시대의 명사로 부상하는데, 소설은 그녀의 사랑과 파경, 성공과 좌절의 모습을 통해 고독한 유목민적 예술가의 상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소설의 모델은 TV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통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씨다.
이씨가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뉴욕의 어느 호텔에서였다. 자신의 희곡 '여우 사냥'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명성황후'의 제작 준비를 위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관람한 일행 중 박씨가 있었고, 그의 추억담을 듣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를 통해 태생과 인종, 지역과 국경을 넘어선 다국적 정체성의 혼란과 그 속에서 성장한 예술가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이씨는 '작가의 말'에서 "작품 연재를 시작한 지 오래잖아 그녀가 갑자기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부담이 됐다"며 "그녀의 추억과 경험이 참고되었지만, 소설적 갈등 구조는 모두가 창작"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피와 땅에 바탕하는 정체성의 무의미함, 예술의 보편성 또는 노마드적 성격에 대한 소품으로 읽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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