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눈 프리키는 알고 있다/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ㆍ부희령 옮김/비룡소 발행ㆍ312쪽ㆍ1만1,000원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미국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73)가 2003년에 쓴 두 번째 청소년 소설로 엄마의 실종 사건을 좇는 열네 살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를 담은 심리 스릴러다. 성과 폭력, 욕망과 부조리라는 작가의 큰 문학적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서사는 더 친절하고, 묘사는 더 간결하다.
프란체스카는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성폭행을 당할 뻔 한다. 위기의 순간 발버둥을 치며 반항하던 프란체스카는 '소름 끼치는 초록 눈'을 갖게 되고, 자신 내면에 있는 초록 눈의 프리키가 자신을 지켜 주었다고 믿게 된다. 이후 부당한 상황이나 불의를 볼 때마다 프란체스카 내면에 있는 초록 눈 프리키가 나타난다.
프란체스카의 가족은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지만, 주위의 이목 때문에 문제를 감춘 채 살아왔다. 아빠는 젊은 시절 미식축구 스타였고 지금도 각종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유명인사다. 어디 가나 주목받는 아빠를 프란체스카는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엄마는 빈껍데기 같은 화려한 삶을 반문한다. 별장에서 미술 작업을 하며 따로 지내던 엄마가 갑자기 사라지자, 프란체스카는 지난 날들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프란체스카는 지난 날들이 실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기 두려워 '가슴 졸였던 날'들이었고, '침묵하고 외면해 온' 날들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녀는 엄마가 숨겨놓은 일기장을 발견하고, 엄마가 지속적으로 아빠의 폭력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작가는 미식축구 선수 오제이 심슨이 전 부인과 그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유무죄 공방을 벌였던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썼다. 일상화된 '가정 폭력'에 대해 날카롭게 문제 제기를 하며, 청소년기의 불안, 사회적 금기, 침묵과 진실의 관계 등을 심도 있게 그린 수작이다. 원제 'Freaky green eyes'.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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