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황제 조훈현이 1989년 9월 5일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제 1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서 중국의 녜웨이핑을 꺾고 세계 최강자로 우뚝 선 감격스런 장면을 자신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재현한다. 또 순국산 된장바둑 서봉수는 1972년 5월 제 4기 명인전 도전 5번기에서 당대 최고의 승부사였던 조남철을 물리치고 우승, 최연소 최저단 타이틀 획득기록을 수립했던 영광의 순간을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바둑팬들에게 들려 준다.
앞으로 바둑팬들이 한국 바둑사의 주요 사건에 대한 기록이나 자료들을 인터넷을 통해 좀더 손쉽게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관련인사들의 생생한 육성 증언도 함께 들을 수 있다. 한국기원은 명지대와 함께 한국바둑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바둑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디지털 아카이브란 시간이 지나면 훼손되거나 멸실될 우려가 있는 기록이나 자료들을 디지털화해서 보존 기간을 늘리고 검색이나 활용이 보다 편리하게 하는 작업. 한국기원이 올해부터 문화관광부와 국민체육공단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다.
조훈현 서봉수를 비롯, 현역 최고령 프로 기사인 최창원 6단(74), 초대 기사사무총장을 역임한 정동식 6단, 원로 여류기사 조영숙 3단과 임동균ㆍ박치문ㆍ노승일 등 그동안 국내 바둑계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인사들의 구술 자료가 채록ㆍ정리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해방 후부터 현재까지 바둑계에서 활동했던 주요 인물 400여명에 대한 자료 수집 및 정리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동안 대부분 개인적인 차원에서 단편적으로 이뤄져 온 한국바둑사 연구작업을 집대성해 근현대 바둑계의 주요 사건들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연표를 작성하고 문화사적인 측면에서 재정리, '바둑계만의 역사'가 아니라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명실상부한 한국바둑정사(正史)를 집필하겠다는 취지다. 한국기원은 이를 위해 그동안 창고에 무질서하게 보관해 왔던 각종 대국 기보 및 관련 기록과 사진 자료, '월간바둑' 등 정기 간행물과 단행본을 재분류하고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한국기원은 다음달에 바둑아카이브 홈페이지를 개설해 관련 자료들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바둑아카이브 구축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익한 명지대 디지털아카이빙연구소장은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기록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한국 바둑계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바둑관련 사료들을 수집해 스스로의 역사를 재정리하고 이를 바둑인들과 공유하겠다고 나선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한국기원은 그동안의 바둑문화 복원 사업 성과를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수렴하기 위해 2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수피아홀에서 '한국 근현대 바둑문화 복원사업 심포지움'을 개최한다. '한국 바둑 역사 편찬의 출발'(손동유 명지대 아카이빙연구소 책임연구원), '산일된 바둑 사료 이대로 둘 것인가'(김익한 명지대 교수), '바둑 문화의 대중화와 바둑 아카이브'(임진희 명지대 아카이빙연구소 연구실장) 등의 주제 발표와 토론이 있을 예정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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