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고령층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10월 현재 무려 310만 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54.4%나 된다. 사상 최대다. 호경기를 탄 창업바람이라면 얼마나 좋으랴만 재취업의 길이 막힌 이른바 베이붐세대(1955~1963년생)가 궁여지책으로 생계형 창업에 마구 뛰어들어 빚어진 현상이다.
고용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일자리 증가수가 50만1,000개로 1년 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하자 '고용대박'이라고 자랑했지만, 그 속에도 고령층의 비애와 한숨이 숨어 있다. 퇴직한 50, 60대는 물론 가구당 소득의 감소로 30,40대 주부들까지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나 건설현장 막노동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도ㆍ소매업, 운수업에만 신규취업자가 20만 명이나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고령층 자영업자와 파트타임 취업의 증가는 언제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반가운 현상이 아니다. 자영업의 성공확률은 지극히 낮다. 여전히 공급과잉인 데다 경기침체로 수요도 점점 줄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준비 없이 덤벼들었다가는 저임금노동자 신세로 전락하거나 파산하기 십상이다. 지난 5년 동안 자영업자수가 60만 명이나 줄어든 것도 이런 이유다. 50대 신규 자영업자 대부분이 경험도 없이 퇴직금으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음식점이나 소매점업에 나서는 것도 위험하다.
고령층의 질 낮은 일자리 수 증가도 마찬가지다. 구조상, 신체한계로 장기취업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거 몰려 있는 자영업종의 경우 언제 동반 추락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통계에 만족할 일이 아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베이붐세대의 은퇴로 50대 생계형 창업자와 재취업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하는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고용보험 실시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자영업자들이 생존할 수 있게 각종 지원과 보호책을 마련하고, 노동시장에서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고령층을 위한 안정적 일자리 창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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