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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김 생산하라" 깐깐한 발품 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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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김 생산하라" 깐깐한 발품 21년

입력
2011.11.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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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김 양식장은 ▦충남 서천을 중심으로 한 서해안과 ▦전남 해남 등 남해안 ▦그리고 부산 일대 등 세 곳이다. 추석을 전후해 김 씨앗(포자)을 바다에 뿌리면서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데, 무럭무럭 잘 자란 김들은 바로 이맘때, 그러니까 11월부터 길게는 이듬해 4월까지 수확 작업이 한창 이어진다. 지금 어민들도 가공공장도 가장 바쁜 시기다.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김은 꽤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우선 양식장에서 해초형태로 자라게 되는데 이를 '원초'라고 부른다. 수확한 원초는 공장으로 옮겨져서 세척 및 건조과정을 거치고, 먹기 좋게 사각형 크기로 잘라내야 최종 김의 모습이 된다.

모든 식품이 그렇듯 가장 중요한 건 원재료다. 원초가 좋아야 좋은 김이 만들어진다. 때문에 모든 공정을 망라해 좋은 원초와 그렇지 않은 원초를 가려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양반 김'으로 유명한 국내 최대 김 제조업체인 동원F&B(시장점유율 18.5%) 청주공장 소속 김예환(51) 차장은 국내 유일의 '원초 감별사'다. 입사 이듬해인 1991년부터 지금까지 좋은 김만을 찾아 전국 바닷가와 섬을 돌아 다닌 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일주일에 그가 이동하는 거리는 무려 1,500㎞. 그 사이 바꾼 차만 4대나 된다. TV CF모델로도 출연했을 만큼 그는 이미 회사 안에서 '장인'대접을 받는다.

지난 15~16일 1박2일 동안 그를 동행했다. 찾아간 곳은 해남군 화산면의 한 어촌. 배를 타고 30분 정도 나가니 해남과 진도 사이 드넓은 바다 위로 끝없이 펼쳐진 김 양식장이 나타났다. 원초가 자라고 있는 그물을 배 위로 끌어 올려 빛깔과 맛 등을 살펴보던 김 차장은 "좋은 원초가 나오려면 날씨가 차고 수온이 좀 떨어져야 하는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따뜻해 원초들이 별로 좋은 상태가 아니다"면서도 "곧 기온이 떨어지면 좋은 원초가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좋은 원초란 ▦검은색 바탕에 붉은 빛을 띠며 ▦윤기와 탄력이 있어야 하고 ▦맛을 봤을 때 감칠 맛이 나야 한다. 김은 한번 씨앗을 뿌리면 4~6회 정도 수확할 수 있는데, 보통 1~2월 또는 2~3번째 수확되는 김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수확이 늦어지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분주하다. 원초의 상태를 살펴 올해가 풍작이 될지, 흉작이 될지를 예측해야 한다. 또 계약 맺은 현지 김 가공공장으로부터 가장 품질이 좋은 상품을 언제 납품 받아야 할지도 분석해야 한다. 감별을 넘어 모든 생산공정을 총괄하는 셈이다.

수확한 원초는 매일 열리는 경매를 통해 김 가공공장으로 향한다. 김 차장은 계약을 맺은 15곳의 공장을 돌며 세척, 이물질 제거, 건조 등 가공과정의 위생상태 전반을 철저히 점검한다. 낙후됐던 공장들을 현대화한 것도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만나다 보니, 김 차장과 현지 어민들은 친형제처럼 지낸다. 하지만 공과 사는 다른 법. 만족할만한 품질이 나오지 않으면 결코 납품을 받지 않는다. 김 차장은 "질량과 빛깔은 물론 이물질이 나오거나 조금이라도 찢어진 김은 절대 받지 않는다. 현지와 청주공장에서 세 번의 검사를 통과한 상품만이 유통된다"고 말했다. 해남에서 김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김용필(50)씨는 "이렇게 까다롭게 하니까 좋은 김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원초가 제대로 자랄 때가 가장 기쁘다고 했다. 그럼 가장 속상할 때가 언제냐고 물었더니 똑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원초가 제대로 자라지 못할 때죠."

해남(전남)=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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