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던 백화점의 10월 매출액이 뚝 떨어졌다. 유럽 발 경제위기 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소득층마저 지갑을 닫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유통업체가 제공한 자료를 취합한 결과 지난 달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3.1%와 5.5%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16일 밝혔다. 특히 백화점 매출증가율 3.1%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던 2009년 4월(2.8%)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금융위기 이후 대형마트는 지속적으로 5% 이하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면서 사실상 성장이 정체돼 있었지만, 백화점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2009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성장해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해 왔다.
올해 5월부터 백화점 매출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형마트에 비해 크게 높은 8%대를 유지했다. 그런데 이 수치가 9월 6.5%, 10월에는 3.1%로 급감한 것. 10월 초에는 가을 맞이 세일과 중국 국경절 특수가 있었으나 이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백화점 관계자들에 따르면 10월 매출 급감의 일차적 원인은 높은 기온이다. 평년보다 6도나 높은 기온 때문에 사람들이 겨울 옷을 살 필요를 못 느낀 것. 이에 따라 여성정장 매출이 3.6%나 감소했다.
그러나 날씨 요인 외에 기본적으로 구매력 높은 고객들의 소비심리가 냉각된 것도 큰 요인이라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특히 전혀 경기를 타지 않던 명품마저 매출증가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계보석 상품군을 중심으로 명품매출은 여전히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증가율이 10%로 올해 평균(22%)은 물론 전월(15.1%)보다 더 둔화됐다. 고소득층 역시 지갑을 닫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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