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의 마지막 총리로서 베를린 장벽 붕괴를 지켜봤던 로타르 드 메지에르(71) 전 총리는 17일 한반도 통일 방안과 관련, “북한이 스스로 개혁이나 체제 변혁에 나서는 것이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한독통일자문위원회 출범에 맞춰 방한한 그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첫 회의에 앞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 쪽이 될 것”이라며 “북한의 개방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과 독일은 지난해 10월 한독 통일업무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올해 1월 한독통일자문위 구성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서울과 독일을 오가며 매년 정기회의를 개최하기로 하고, 첫 행사로 18일까지‘통일 관련 한독 협력 방안’ 등을 주제로 두 차례의 전체회의를 갖게 됐다. 자문위는 김천식 통일부 차관과 크리스토프 베르크너 독일 연방 내무부 정무차관 등 양국의 전ㆍ현직 정부 고위관계자, 학자 등 12명씩으로 구성됐다.
메지에르 전 총리는 1990년 3월 실시된 구 동독의 마지막 총선에서 동독 기민당(CDU)을 승리로 이끈 뒤 서독과의 협상을 통해 통일을 이뤄냈다.
그는 한국 정부의 통일 준비에 대해 “북한의 모든 기업에는 경쟁력이 없다”며 “통일 후 이들 기업과 산업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지원 필요성과 관련해선 “‘두 사람이 오래 의견을 터놓고 얘기하는 한 총을 쏘는 일은 없다’는 속담이 있다. 돕지 않으면 남한은 북한의 빈곤과 계속 직면하게 되고, 북한의 기아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반도 통일 전망은 “단계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비정상적이다. 현재 공산국가로 쿠바와 북한이 있는데, 쿠바는 조심스러운 개방 정책을 취하고 있다. 북한의 개방을 희망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독일 통일과 한반도 상황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엔 “유사점도 있지만 상이점이 더 많다”고 했다. “독일 통일은 동독 주민이 원했기 때문에 이뤄졌다. 그러나 북한은 아래로부터의 혁명 가능성을 볼 수 없다. ”
연합뉴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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