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입네 하며 살아온 지 그럭저럭 30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제가 시를 쓰고 시집을 묶는 일은 누군가가 시를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베스트셀러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몇 사람의 독자일지라도 시로 소통하는 즐거움이 있으면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제 시가 더러 중ㆍ고등학교와 대학논술 등에서 시험문제로 출제되면서 당황해질 때가 많습니다. 언젠가는 직접 전화를 해 시험문제를 읽어주면서 답을 묻는 국어선생님이 계셨는데 답을 몰라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당황스러웠습니다. 제 시를 낱낱이 분석한 풀이를 보면 시를 쓴 저도 모르는 내용들이 많아 놀랍니다.
며칠 전에 전국모의고사를 보고 구미여고 1학년 학생이 메일로 질문을 해왔습니다. '답안지에는 제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른 해석이 나와 있어 정답의 여부를 떠나 선생님이 지으신 이 시의 속뜻을 직접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를 찾아 읽어보니 그 여학생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닌데 출제자가 원하는 정답은 아닌 모양입니다.
저도 시험을 보았다면 그 친구와 같은 답을 찾았을 것입니다. 시는 해부해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 우선입니다. 국어시험이 시를 많이 읽은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지 오래되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시가 점수를 따는 시험문제가 아니라 읽어서 평생 함께하는 그들의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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