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모(30)씨는 최근 여자 친구와 서울 강남의 한 식당을 찾았다 메뉴판에 적힌 가격을 보고 난감해 했다. 쇠고기 샤브샤브가 1인당 2만6,000원으로 집 근처 식당(9,000원)보다 3배 가까이 비쌌던 것. 이미 착석한 상태라 그냥 나오기도 곤란해 주문했지만 기분은 개운치 않았다. 그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음식가격을 상점 외부에 표시하면 다른 업소와 비교 가능해 선택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7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소비자 54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8.9%가 옥외에 가격을 표시하면 업소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옥외 가격표시가 필요한 업종으로는 음식점(26.4%), 이ㆍ미용업소(24.1%), 세탁업소(14.4%), 체육시설(12.6%), 학원(11.9%) 등의 순이었다. 특히 소비자들의 50.3%는 개인서비스 업소에 들어갔다가 가격을 보고 그냥 나간 경험이 있어 옥외가격 표시제도가 운영되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개인서비스 가격 옥외 표시제’ 추진을 검토키로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개인서비스 가격 옥외 표시제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현재도 음식점은 건물 내ㆍ외부에 가격표를 붙여야 하는데 대부분 메뉴판 방식을 이용하며 잘 지키지 않고 있다. 세탁업, 체육시설 등은 아예 관련 규정이 없다. 게다가 교육과학기술부(학원), 보건복지부(식품ㆍ숙박ㆍ목욕ㆍ이미용ㆍ세탁), 문화체육관광부(체육시설) 등 업종마다 소관 부처가 달라 관련법 정비도 필요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현행 제도는 가격표시에 관한 규정이 다양하고, 세부방법의 가이드라인 없어 적정한 표준부터 정해야 한다”며 “옥외 표시에 대한 예산지원과 시행업소에 대한 인센티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관계부처 협의, 개인서비스사업자 의견 수렴, 시범사업 등을 거쳐 차근차근 추진하면서 개인사업자의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해 소비자와 개인사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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