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대 졸업, 졸업 전 사법시험 합격, 30대 초반에 연봉 1억 원대 국내 대형 법무법인(로펌) 변호사.’
화려한 이력을 뒤로하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로 변신한 김남희(32)씨 얘기다.
그는 1월 로펌에 사표를 던진 뒤 8월부터 참여연대에서 일하고 있다. 4분의 1 정도 줄어든 연봉까지 감수하며 새로운 인생을 택한 것이다.
그는 “로펌 변호사로 살 땐 주말에 출근하거나 퇴근 후에 업무를 생각하기도 싫었지만, 지금은 퇴근길에도 그 날 한 업무가 생각나고 잠들기 전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며 웃었다.
김 간사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까진 외국에서 ‘서민’으로 살아본 몇 개월간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1996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4학년이던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3년 뒤 사법연수원을 거쳐 로펌에서 기업법 분야를 주로 맡았다. 2009년 여름부터는 1년간 미국 템플대에서 법학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 뒤 자신과 같은 로펌 변호사인 남편을 따라 프랑스와 일본에서 수개월 간 거주했는데, 이때 다른 세계를 봤다.
“변호사가 아닌 평범한 시민으로 생활을 해보니 전에 발견 못한 많은 문제점들이 보이더라구요. 프랑스와 일본의 일반적인 국민의 삶의 질에 비해 한국인의 그것은 형편없이 낮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귀국한 그는 기업논리에 구속될 수 밖에 없는 로펌 생활에 심한 회의를 느꼈다. 그리고 ‘사회와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표를 냈다. 참여연대는 공익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를 통해 소개받았다.
3개월간 수습 기간을 마치고 14일 정직원이 된 그는 앞으로 공익법센터에서 표현의 자유, 유권자의 권리보장, 국가보안법 페지 등의 판결해석과 비평 관련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남편은 물론이고 정치성향과 관계 없이 또래 지인들은 제 결정을 지지합니다. 성공한 소수만을 위한 사회에 누구든 저항감을 갖고 있다는 것도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올해 세 살인 아들이 살아갈 세상을 지금보다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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