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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통 파격 광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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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통 파격 광고 논란

입력
2011.11.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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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진한 키스를 나눈다. 이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연이어 입을 맞추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뺨을 비빈다. 적대관계인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전세계 가톨릭의 수장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이슬람 최고 종교지도자인 아흐메드 엘 타예브도 입술을 맞댄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의류기업 베네통이 17일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언헤이트’(Unhate) 캠페인 광고사진이다. 불과 몇 분만에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이 사진은 물론 합성된 것이다. 서로 적대적이거나 불편한 관계에 있는 12명의 정치ㆍ종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베네통은 “서로 미워하지 말자는 평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또 “브랜드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광고를 추구하는데, 이번 광고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많은 갈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진이 공개되자 ‘파격적이다’는 반응을 넘어 ‘불쾌하다’는 반발이 쇄도했다. 로마교황청은 즉각 성명을 통해 “교황의 키스장면을 광고로 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라며 광고를 당장 내리라고 요구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은 “이번 광고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신도들의 종교적 정서를 해쳤으며, 교황에 대한 존경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했다.

베네통은 교황청에 사과하고, 해당사진을 이번 시즌 광고에서 빼기로 했다. 하지만 그 외 다른 정치지도자들의 키스 사진은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뉴욕, 로마, 밀라노 등 전세계 주요도시에 게재된다. 뉴스위크, 뉴욕매거진, 모노클 등 잡지와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르 델라 세라에도 실릴 예정이다. 페이스북에는 ‘키스월’이라는 이름으로 배너가 마련된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은 광고를 게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베네통의 광고 논란은 예전에도 있었다. 죽어가는 에이즈 환자 사진, 사제와 수녀의 키스사진, 피 묻은 병사의 군복, 인종별 심장 등이 대표적이다. 주력제품인 의류와는 무관한 사회적 이슈를 내세워 고객의 눈길을 끄는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로버트 빈 브랜드컨설팅 전문가를 인용, “패션 이외의 것으로 눈길을 끄는 패션 전략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제품과 광고가 적절하게 일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니클로 자라 H&M 등 중저가 의류브랜드의 공세로 의류시장의 독보적 위치에서 밀려나자 파격적인 광고를 내세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캠페인 광고예산은 약 1,000만유로(150억원)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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