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도시라면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빵집이 바로 파리바게뜨이지요. 이 파리바게뜨가 국내 프랜차이즈 점포로는 사상 처음으로 3,000호점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회사 관계자는 16일 "지난 8월 말 3,000점을 돌파하고 현재 3,010호점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는데, 이는 제과점뿐 아니라 모든 분야 프랜차이즈 중 처음 있는 경이적인 대기록입니다.
파리바게뜨의 확산은 외환위기 이후 특별한 기술 없이 회사를 그만두게 된 사람들, 즉 창업수요자들이 급증한 사회적 배경 속에 가능했습니다. 본사에서 냉동생지(반죽과 성형까지 끝낸 상태)가 배달 오고, 굳이 제빵 기술이 없어도 본사에서 파견한 기사가 빵을 구워주기까지 하니 창업희망자들에게는 큰 매력이 됐지요. 직접 재료를 구입해 반죽하고 빵을 구워야 하는 일반 동네빵집과는 전혀 다른 컨셉의 창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파리바게뜨의 성공 뒤에는 그늘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공격적인 출점 전략으로 동네 빵집을 모두 고사시켰다, 전국의 빵맛을 똑같이 만들어 다양성을 파괴했다, 기존 점포가 있는데 바로 인근에 또 점포를 내게 하면서 결국 제살깎기 경쟁을 방관했다, 계약 만료 시점이 되면 확장과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강요했다…. 파리바게뜨의 프랜차이즈 전략에 대해선 엄청난 점포만큼 엄청난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취재 중에 만난 한 동네빵집 운영자는 "동네빵집에 파리바게뜨로 전환하라는 제안을 했다가 통하지 않으면 바로 인근에 두 개의 파리바게뜨 점포를 내 에워싸는 '삼각형 전략'을 써서 결국 굴복시키더라"는 이야기까지 해줬습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였을까요. 파리바게뜨는 2개월여 전에 3,000점을 돌파하고도 이 소식을 굳이 알리지 않았습니다. 3,000점 돌파가 기념비적인 이정표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킬 수도 있다고 본 것입니다.
실제로 3,000점 돌파를 기점으로 파리바게뜨는 '동반성장'을 강조하며 공격적 출점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올 들어 가맹점을 매달 30개쯤 늘려 왔지만 9월에는 10개로 줄였고, 10월부터는 단 한 점포도 출점하지 않았습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기존 점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새 아파트가 들어서거나 완전히 새로운 상권이 조성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규 출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의 최대 목표는 역시 '성장'이지만, 분명 '동반'도 못지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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