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시비 끝에 임명된 김종대 신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건강보험통합 위헌소송과 관련, 공단 실무자들에게 사실상 "방어변론을 하지 말라"고 지시해 파장을 낳고 있다. 위헌소송의 피고(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건보공단의 이사장이 원고의 입장을 지지하며 변론을 막고 있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15일 저녁 열린 취임식에서 "건보공단에서 (공단통합이) 아무 문제가 없고 많이 노력해왔다는 식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 아니냐"며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 재정관리실, 법무지원실 등이 위헌소송 방어변론을 수행해왔는데, 이제 하지 말라는 압박이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헌재는 다음달 8일 이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다. 헌재 관계자는 "변론 후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몇 달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위헌소송은 2008년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이 "건강보험 해체"를 주장하며 제기한 것으로 '공단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통합하여 운영한다'(국민건강보험법 제33조 2항) 등 총 6개 조항을 문제삼고 있다. 현재 공단은 직장인은 소득기준, 자영업자는 재산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는데, 소득이 투명한 직장인이 손해여서 평등권,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것이 청구인의 주장이다. 현재의 통합된 건보공단은 재정이 넉넉한 직장조합과, 적자에 시달리며 제대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지역조합을 합쳐 사회적 분배에 기여하자는 의미로 출범한 것인데, 이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경 회장은 심판청구 당시 기자회견에서 "우선 직장조합과 지역조합의 재정과 조직을 분리하고, 의료비용 문제의 해법은 의료소비자가 스스로 비용을 결정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청구인에 이름은 올리지 않았지만 2009년 경 회장의 출판기념강연에서 "헌재가 정신이상자 기관이 아닌 한 100% 위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등 노골적으로 공단분리를 지지해왔다.
김 이사장은 취임사와 기자단 간담회에서도 "의료보험통합, 의약분업 등에 대한 각종 연구보고서를 수집해 순차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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