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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홀몸노인 돌봄사업 시범운영/ "문도 안 열어주던 노인들이 이젠 자주 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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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홀몸노인 돌봄사업 시범운영/ "문도 안 열어주던 노인들이 이젠 자주 오래요"

입력
2011.11.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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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빨리 죽고 싶어."

이달 10일 오전 경기 포천시 내촌면 소학3리의 90세 홀몸노인 집을 찾은 김경애(52ㆍ소학3리 새마을부녀회장)씨에게 노인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낡은 한옥집 한 켠의 단칸방은 난방을 안 해 한기가 외투 속까지 스며들 정도로 냉랭했다. 노인은 서너 장의 이불 속에 몸을 한껏 숨긴 채 고개만 내밀고 있었다. 얼굴에는 올해 4월 할머니를 먼저 떠나 보낸 수심이 가득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김씨를 향해 노인은 힘없이 입을 열었다. "반장이라도 자주 와야 돼."

김씨는 이달 1일 경기북부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된 홀몸노인 돌봄사업을 통해 이 노인과 1대 1 자매결연을 맺었다. 김씨는 "예전에도 이따금 마을 노인들의 안부를 살폈지만 이제는 체계적인 사업인 만큼 더 자주 찾게 되고, 책임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11월 한 달 간 시범운영하는 홀몸노인 돌봄사업이 급증하는 노인 고독사(孤獨死)의 대안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6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 사업은 정부의 노인복지서비스를 받지는 않지만 실질적인 돌봄이 필요한 홀몸노인을 지역주민이 보살피는 주민참여형 지역복지 모델이다. 시범사업은 남양주시 양주시 동두천시 포천시 가평군 연천군에서 실제 혼자 사는 노인 약 3,400명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사회적 관계가 취약해 정서적 고립감과 고독사 위험이 높은 이들이다. 가사ㆍ간병서비스, 노인장기요양보험, 국가보훈처 복지도우미 등의 서비스를 받는 홀몸노인들은 제외됐다.

보름이 지난 현재 현장을 뛰는 새마을부녀회원들은 1주일에 한 차례 이상 노인들을 찾았고, 수시로 안부전화를 한다. 도가 제작해 부녀회원들에게 배포한 돌봄수첩은 방문 시 발견된 문제점과 노인의 요구사항 등으로 빼곡히 채워지고 있다. 이 자료는 향후 읍ㆍ면ㆍ동사무소로 전달돼 노인에게 도움이 될 기관이나 단체를 이어주게 된다. 사후에 서비스 연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결연을 맺은 부녀회원의 몫이다.

일단 기꺼이 동참한 새마을부녀회와 시ㆍ군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강정숙(내촌면 내5리 부녀회장)씨는 "주변에 이렇게 많은 홀몸노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처음에는 문도 안 열어주던 노인이 점차 마음을 열어갈 때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최기진 포천시 경로복지팀장은 "노인들을 자주 만나 사례를 모으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다 보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시작단계라 갈 길은 멀다. 경기북부 10개 시ㆍ군에만 아무런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홀몸노인이 3만2,000여 명이나 된다. 도 전체로는 9만6,000명에 달해 이들을 다 감싸 안으려면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시범사업 중 홀몸노인 한 명에게 1주일에 지원하는 생필품 비용은 1만원밖에 안돼 무료봉사에 나선 부녀회원이 사비를 털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강희진 경기북부청 사회복지담당관은 "한 달 간의 운영 결과를 평가해 문제점을 보완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민간기업들의 사회공헌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글ㆍ사진=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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