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파격적인 온라인 취임식을 했다. 박 시장은 16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중구 서소문동 7층 시청사 7층 시장 집무실에서 열린 취임식을 직접 진행했다. 취임식은 서울시 홈페이지와 각종 포털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됐다. 서울시장 취임식을 온라인으로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오세훈 이명박 고건 전 시장 등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취임식을 했다.
박 시장은 집무실을 공개하고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듯 진행을 하며 시종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취임사를 하면서는 확신에 찬 어조로 자신의 복지철학을 강조했다.
'시민시장 의자'가 있는 집무실
박 시장은 "안녕하세요. 제가 시민 여러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죠"라며 두 팔로 하트모양을 그리면서 화면에 등장했다.
박 시장은 "1946년 서울시장 (첫) 취임 이후 시장실 공개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라며 집무실 소개를 시작했다. 박 시장은 먼저 집무실 문을 열자 마자 보이는 '원순씨에게 바란다'라는 벽보판 앞에 섰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벽보판에는 시장 선거 과정에서 시민들이 시장에게 바라는 것을 적은 종이가 빼곡히 붙어 있다. 글을 일일이 읽어가며 박 시장은 "시민들이 직접 적어주신 내용들을 몇 번이고 확인하면서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양편으로 기울어진 책장을 가리키며 "저는 우리 사회가 너무 양극화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장처럼 갈등과 대립을 잘 조정하는 시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책과 책장은 희망제작소 사무실에 있던 것으로 지난 주말 이곳으로 옮겨왔다.
집무실 가운데 놓인 회의용 탁자로 이동한 박 시장은 '시민시장 의자'를 소개했다. 박 시장은 가운데 자리에 앉아 오른편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집무를 보거나 회의를 하면서 여기 시민이 앉아 계신다고 생각을 하기 위한 각오의 상징입니다"라며 "틈만 나면 이 자리에 일일 시장을 모셔서 같이 고민을 할 것"이라고 했다.
집무실 안쪽에 마련된 내밀한 공간도 공개했다. 화장실, 샤워실, 침대가 있는 작은 방을 보여주며 박 시장은 "여길 보면 밤 새워서 일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만 그러면 공무원들이 집에 못 가기 때문에 자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복지는 시민의 권리' 선언
박 시장은 국민의례를 마치고 취임사를 발표했다. 지난주 복지 예산을 대폭 늘린 내년 예산안을 발표한 박 시장은 취임사를 통해 다시 한번 복지 정책을 강하게 펼칠 뜻을 밝혔다. "저는 무엇보다 복지 시장이 되겠습니다. 복지는 시혜가 아닌 시민의 권리임을 저는 선언하고자 합니다." 박 시장은 "1%가 99%를 지배하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닙니다"라고 덧붙였다.
취임사에 앞서 시 간부와 서울시의회 의장단을 소개하는 자리에는 부시장 3명 외에 이정관 복지건강본부장, 이인근 도시안전본부장이 배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 시장은 "따뜻하고 안전한 겨울을 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담당 두 본부장을 대표로 소개하겠습니다"라고 설명했다.
45분 간의 온라인 취임식을 마친 박 시장은 시청 인근 덕수궁 대한문 앞으로 가서 시민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대한문 앞에는 박 시장이 취임사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은 뉴타운 사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모여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박 시장은 "7층 방(집무실)에만 머물지 않고 시민 곁으로 다가가 얘기를 듣겠습니다. 제가 머리가 벗겨지면 다 뉴타운 때문"이라고 말하며 취임식을 마쳤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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