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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학 총장들은 어디 숨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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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대학 총장들은 어디 숨었나

입력
2011.11.1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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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ㆍ서양 가릴 것 없이 대학 총장은 최고의 지식인으로 분류된다. 굳이 '최고의' 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머리 속 지식 만이 아닌 행동의 실천을 강조하기 위함일 터다. 법정 스님은 생전에 "지식이 인격과 단절될 때 그 지식인은 사이비요 위선자가 되고 만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인격'은 정의의 실현이자 불의에 대한 저항 정도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우물에 고인 물 처럼 움직임이 없는 지식은 한낱 허상일 뿐이며 행동으로 옮겨질 때 진정한 의미로 작동한다는 격문(檄文)으로 이해된다.

몸 사리는 대학 경영자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대학 총장은 투사형이 대세였다. 시대상을 반영한 측면이 있었지만 아무튼 지사(志士) 기질의 총장들은 신뢰와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데모로 붙잡힌 학생들을 데려오려고 파출소로 직접 달려가기도 했고, 사회의 모순에 목소리를 내는 일엔 주저함이 없었다. 총장의 자화상이 확고하게 각인된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가 2000년대 들어 급격히 퇴색되더니 이젠 참담한 상황까지 와 버렸다. '최고의 지식인'은 온데간데 없고 온통 CEO(최고 경영자)로 둔갑한 것도 모자라 지금은 존재가치 조차 따지기 힘든 지경에 처했다. 기부금 많이 끌어오고, 검증 안 된 언론기관 대학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평가때 상위권을 점해 예산 지원을 받아내는 것 따위가 총장의 능력을 결정짓는 잣대가 됐다.

이런 구조에서 총장들에게 정의를 실천하라거나 옳지 않은 일에 분노하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는 판단이다.

멀리 갈 것도 없겠다. 최근 대학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감사원 감사와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 대학 결정, 이 두가지 사안만 보더라도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총장들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목도된다. 헌법이 규정한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당하는 상황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것은 총장들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자기 대학 일이 아니라고 재정지원제한 대학 평가 과정의 숱한 하자들을 뭉개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총장들이 처한 입장을 왜 모르겠나. 예산과 정원으로 압축되는 대학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정부에 맞서봤자 득 될게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을 법 하지만, 그럴수록 총장의 역할은 지대하다. 대학이 등록금 장사나 하는 부도덕한 집단이고 온갖 비리로 뒤덮인 곳으로 난타당하면서 '공공의 적'으로 추락하고 있는데도 시비를 가리려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다. 이게 대학 총장들의 주소다.

김한중 총장의 용기를 주목해야

김한중 연세대 총장 만큼은 달랐다. 감사원이 8월부터 두 달여 정도 벌인 사학 감사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총장 판공비 지출 내역까지 요구하는 식으로 대학을 이 잡듯이 뒤진 감사의 근거 법령이 위헌이라는 게 '바른 말 잘하는 총장'의 생각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본다. 감사를 받았던 대학은 130개가 훨씬 넘는데 유독 연세대만 반기를 든 까닭에서다. 들리는 얘기로는 원래 몇몇 대학 총장들이 공동으로 헌법소원을 내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런데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실행에 옮길 때가 되자 슬그머니 모두 발을 뺐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이유를 함구하고 있으나, "정부의 눈 밖에 나서 좋을 건 없다"고 판단 했음은 짐작이 간다.

김 총장만 고군분투하게 된 상황을 다른 총장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모르긴해도 결과를 잔뜩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일격을 당한 정부는 연세대를 두려워할까, 아니면 괘씸하다며 보복을 준비할까.

대학의 존재 이유는 자율성과 다양성이다. 총장은 두 가지 가치를 실현시키는 선수이자 감독이다. 총장다운 총장이 없는 현실은 사회에도 불행이다.

김진각 여론독자부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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