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명박 대통령의 '선(先) 비준 시 3개월 내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전격 제안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 국면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일각에선 행정부 수반이 직접 '보증'한 만큼 여야 협상파에 힘이 실리면서 합의 처리에 돌파구가 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가 기존 당론을 고수하고 있어서 이 대통령의 카드가 무산될 경우 오히려 여당의 단독 강행 처리라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공을 넘겨 받은 민주당 지도부는 '선(先) 재협상, 후(後) 비준안 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손학규 대표는 "최소한 ISD 조항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도 "지금 우리 입장이 흔들리면 (우리만) 죽는다"고 강력 반발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마저 "'비준 즉시 재협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오라'는 민주당 내 협상파 제안에도 못 미친다"며 이 대통령의 제안을 평가절하했다.
반면 민주당 내 협상파는 "진전이라면 진전"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협상파 의원은 "대통령이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만큼 앞으로 더 확실하게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협상파 의원이 당 소속 전체 의원의 절반가량 되는 만큼 16일 의총에서 이들의 '반란'이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비준안 처리를 놓고 내홍을 겪었던 한나라당은 모처럼 "이 대통령이 큰 물꼬를 터줬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협상파인 황우여 원내대표와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국가원수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약속을 한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황 원내대표는 '협상파 제안에도 못 미친다'는 야당 일각의 주장에도 "일단 비준을 통해 효력이 발생해야 조문에 의해 협상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쇄신파 의원들도 긴급 모임을 가진 뒤 "이 대통령의 큰 결단을 높게 평가한다"면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무엇이 국익을 위한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16일 의총에서 민주당이 강경 대응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여당 내에선 "더 이상 타협의 여지가 없는 만큼 표결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는 당초 예산안과 비준안 동시 처리 방안도 검토해왔으나 이 대통령의 제안이 거부당할 경우 본회의가 잡힌 24일이나 그 전으로 '거사일'을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남 위원장도 "대통령이 다녀간 뒤에도 아무 진전이 없으면 고민의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이 오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한나라당 내 협상파가 물리적 충돌을 거부할 경우 의결 정족수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물론 야당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전격 수용할 경우 24일 이전에라도 순조롭게 처리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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