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국내 유가공업체 중 처음으로 '할랄(Halalㆍ사진)'인증을 받고 말레이시아에 급식용 우유(멸균초코우유)를 수출합니다.
인증이라고 하니까 KS나 식품위생허가 같은 것을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 건 아닙니다. 할랄은 이슬람어로 '허용된'이란 뜻인데요. 이슬람권에 수출을 하려면 반드시 이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할랄 인증을 받으려면 무슬림들이 먹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ㆍ처리ㆍ가공을 해야 하고, 율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재료는 사용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술 돼지고기 피 등은 식용뿐 아니라 장비 소독용(알코올)으로도 사용하면 안 되고, 양 소 닭 등 도축 가능한 '할랄 육류'를 사용하더라도 반드시 '알라의 이름으로'라는 주문을 외운 뒤 날카로운 도구로 고통이 적게 단번에 도살된 것이라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인증심사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전용라인을 갖춰야 하고 현지 심사기관의 방문심사도 거쳐야 합니다. 남양유업 역시 올해 초 말레이시아 정부에 할랄 인증을 요청한 후 이런 절차를 밟아 거의 1년이 다 되어서야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남양유업은 기존 목장과 공장 안에 할랄 전용 목장과 공장을 지정하고 젖소가 먹는 사료부터 살균 포장까지 설비를 할랄식으로 갖추었다고 하더군요.
이슬람 인구는 전 세계 4분의 1에 달합니다. 이 거대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다국적 식품회사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할랄 인증 제품을 개발해 왔습니다.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 의류, 패션까지도 할랄 인증 제품을 확대하는 추세이지요.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할랄 인증은 좀 늦은 편입니다. 농심 신라면, 롯데제과 꼬깔콘, 오리온 초코파이, 대상 후레시마요네즈 등이 할랄 인증을 받았지만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해외시장 진출이 화두인 식품업계에서 앞으로 할랄 인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할랄과 비슷하지만 다른 인증으로, 유대 율법에 따라 가공ㆍ처리된 '코셔(Kosher)' 인증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코셔 율법은 할랄보다 더 엄격한 상위 개념이기 때문에, 코셔 인증을 받으면 이슬람권 수출도 동시에 가능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상 청정원의 천일염이 코셔 인증을 받았습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