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안젤리나) 졸리가 한국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꼭 한번 와보고 싶었습니다."
신작 '머니볼'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48)가 15일 오전 서울 삼성동 한 극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연기관과 인생관을 피력했다. 그는 전날 밤 9시10분 전용기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어깨까지 닿을 듯한 긴 머리에 검은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피트는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매우 감사합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스크린 속에서 볼 수 있었던 환한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줄곧 진지한 말투와 답변으로 질문에 응했다. 사회자가 "강의에 온 듯하다"고 언급할 정도로 흔한 농담조차 말에 섞지 않았다.
뒤늦은 방한에 대해 "세상은 경제원리에 의해 움직인다. 나는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인데 그 동안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시장의 협소함을 간접적으로 지적하면서도 "한국은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에서 하나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시점에 맞춰 한국에 와서 기쁘다"고도 밝혔다.
'머니볼'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만년 최하위팀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이 경제학을 전공한 데이터 분석가를 영입해 팀을 새롭게 구성한 뒤 20연승의 기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피트는 철저하게 데이터에 의존해 선수를 배치하는 일명 '머니볼' 이론을 주위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현실에 적용시키는 빈 역할을 연기했다. 피트는 "원작을 읽은 뒤 큰 흥미를 느꼈다. 나도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라 더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도록 사용된 기존의 방식이 과연 유용한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그런 질문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트는 '머니볼'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피트는 '머니볼'에서 어깨 힘을 뺀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여 벌써부터 내년 미국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어떤 영화든 제작 목표는 고품질이다. 10년 뒤에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1987년 '무인지대'로 할리우드에 첫 발을 디딘 피트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려는 노력, 영화의 부속품이 아닌 유기적인 연기를 보여주려 한 고민"을 자신만의 생존비법으로 꼽았다. "배우로서의 활동 기간을 정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물론 제작에 흥미가 많아요. 글로벌 시대 한국 회사들과 협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한 한국 회사(롯데엔터테인먼트)가 저의 다음 영화인 '월드 워 Z'에 투자하고 있어요."
피트는 나이 드니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진지한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나이와 함께 지혜가 따라오는데 난 젊음보다 지혜를 더 택하고 싶다"고 했다. 피트는 이날 저녁 레드 카펫 행사로 팬들을 만난 뒤 밤 늦게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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