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고민, 참 오랜만이다. 뮤지컬계가 최성수기인 연말연시를 맞아 모처럼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신작보다 재공연이 많긴 하지만 새로운 연출로 신선도를 높인 작품들이 간간이 눈에 띄고,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 최신작의 라이선스 공연도 막을 올린다. 그야말로 ‘뮤지컬 대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연말연시. 관객의 선택을 돕기 위해 개막을 앞둔 중대형 뮤지컬의 이모저모를 짚어봤다.
여자의, 여자를 위한 뮤지컬
올 연말에는 여자 주인공을 전면에 앞세운 뮤지컬이 유난히 눈에 띈다. 20, 30대 여성 관객이 주도하는 국내 뮤지컬계 특성상 공연 성수기에는 으레 남자 배우의 매력이 도드라지는 작품이 주로 무대에 오르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막돼먹은 영애씨’ ‘넥스트 투 노멀’ ‘미녀는 괴로워’ ‘에비타’ 등 창작과 라이선스, 초연, 재연 할 것 없이 여배우가 타이틀롤을 맡은 뮤지컬이 대거 개막을 앞두고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 중인 동명 드라마를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드라마의 주역인 개그맨 김현숙이 뮤지컬에서도 주인공 영애씨를 연기한다.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이 이야기의 중심인 만큼 연말 회식을 대신해 단체로 공연을 관람할 직장인을 겨냥한 할인 패키지 티켓을 내놓았다.
‘넥스트 투 노멀’은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더 유명해진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1991년 연극 ‘여자의 선택’에 출연한 이후 2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는 그가 맡은 역할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주부 다이아나. 다이아나와 가족은 갈등과 화해를 겪으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간다.
여배우가 극을 이끌어가는 뮤지컬이 많아진 배경 중 하나는 1990년대 인기 그룹 핑클과 SES의 멤버인 옥주현과 바다(최성희)가 뮤지컬계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덕분이다. 아이돌 그룹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롤모델을 제시한 때문인지 최근엔 티켓 파워가 있는 여자 아이돌 그룹의 뮤지컬계 진출이 늘었다.
성형 미녀의 사랑 찾기를 그린 ‘미녀는 괴로워’는 바다와 그룹 카라의 박규리, 뮤지컬 배우 전혜선이 주인공을 번갈아 맡았다.
그룹 소녀시대의 티파니도 뮤지컬 무대에 선다. 스타를 꿈꾸는 뉴욕의 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페임’에서 티파니는 여주인공 카르멘 디아즈를 연기한다. ‘페임’은 티파니 외에도 슈퍼주니어의 은혁, 천상지희의 린아, 트랙스의 김정모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가 대거 출연하는 명실상부한 ‘아이돌 뮤지컬’이다.
창작 명작 VS 라이선스 고전
작품성을 인정 받은 대형 창작 뮤지컬과 연말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라이선스 고전 뮤지컬도 여러 편 무대에 오른다.
창작 뮤지컬의 대표주자는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다룬 ‘영웅’이다. 초연부터 안중근 역을 맡아 뮤지컬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까지 받은 정성화와 그간 조도선 역으로 웃음 코드를 담당했던 배우 조휘가 번갈아 가며 안중근을 연기한다.
올해로 런던 초연 30주년을 맞은 라이선스 뮤지컬 ‘캣츠’는 T S 엘리엇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토대로 다양한 캐릭터의 고양이를 인생에 비유한 작품이다. 대표 삽입곡인 ‘메모리’를 부르는 늙은 고양이 그리자벨라 역으로는 인순이, 박해미, 홍지민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된 무대가 연말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리는 뮤지컬 ‘애니’도 가족 단위 관객에게는 무난한 선택이다. 고아 소녀 애니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 ‘투모로우(Tomorrow)’로 유명한 작품이다.
성수기와 비성수기를 가리지 않고 남자 배우의 매력을 무기로 한 작품은 꾸준히 무대에 오른다. 엄기준 민영기 등 뮤지컬 스타와 그룹 SS501의 허영생, 슈퍼주니어의 규현 등 아이돌 스타가 함께 출연하는 ‘삼총사’와 김수용 박은태 등이 이끄는 ‘햄릿’은 다음달까지 공연된다. 또 조승우의 코믹 연기로 화제가 되고 있는 ‘조로’는 내년 초까지 계속된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