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국회를 방문, 여야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의 해법으로 '발효 후 3개월 내 재협상 요구'를 제시했다. 국회가 비준을 하면서 한미 정부에 투자자ㆍ국가소송제(ISD) 재협상을 권고하면 이 대통령이 책임지고 재협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약속으로, 일단 민주당이 우려하는 ISD의 재조정 토대는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민주당 강경파가 요구하는 '한미간 선(先) ISD 폐기 합의'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일보가 11일자 사설에서 제시했듯이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비준 후 즉각 ISD 재협상' 약속을 받아냈다면 더 모양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제안이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은 된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비준 후 미국이 재협상 요구를 일축하면 그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미국도 한미 FTA의 민감성, 한미관계를 고려해 이 대통령의 대(對)국회 약속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양국 정부가 내부적으로 ISD 재협상에 대한 합의나 동의를 했을 수도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거나 미 정부가 이를 거부한다면,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냉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한미간 ISD 재협상은 상수로 봐도 될 듯싶다.
이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민주당은 16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의 제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난상토론이 벌어질 것이며 "비준 후 개정은 불가능하다" "미 정부가 재협상에 응하되 폐기나 수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올 것이다. 그런 우려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과 국민정서를 잘 아는 미국이 가볍게 접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재협상 기간에 한미 FTA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점검하면서 지금의 논쟁점들을 상당 부분 검증할 수도 있다. 그때 문제점이 더 생기면 재협상 범위를 넓힐 수도 있다고 본다.
민주당은 그 동안 한미FTA의 그늘진 측면을 부각시켜 대책 마련을 이끌어내는 등 긍정적 역할을 했다. 이제 그 정치적 자산을 토대로 당내 의원들의 다수 의견을 물어 매듭을 지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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