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현 주가로 1,500억 원에 이르는 큰 재산이다. 안 원장은 14일 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환원 재산이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쓰여지기를 바란다면서"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는 안 원장의 순수한 뜻을 가감 없이 믿고 싶다. 무엇보다"많은 혜택을 받은 입장에서 앞장서서 공동체를 위해 공헌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필요한 때"라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자신의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더 많은 동참자가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대로 재산 사회환원과 기부문화의 확산 계기가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그러나 10ㆍ26 서울시장 보선을 계기로 야권의 대선 선두주자로 부상하며 정치적 존재감이 부쩍 커진 안 원장이 이 시점에 거액의 재산을 사회를 위해 쓰겠다고 밝힌 목적과 의도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의 이메일에는'국가와 공적 영역의 고민''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으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청소년' 등 정치적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는 표현도 적지 않다. 사재 출연이 정치활동 준비로 해석될 여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야권통합 합류 압박이 거세고, 그 중심의 신당창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식 큰 정치'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설령 정치권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 해도 꼭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고,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 일가가 사회복지재단 설립을 위해 5,000억 원을 출연키로 한 예가 있지만 그의 통 큰 재산 환원이 신선한 충격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순수한 재산 환원인지, 정치활동 준비인지 모호한 상태가 오래 가면 그에 대한 기대가 커진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경제의 모호성이 시장을 혼란케 하듯 정치의 모호성은 국민 혼란과 불신을 가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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