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설령 안철수 원장이 온다 해도 안 된다. 아무리 스타를 영입하고, 젊은 피로 물갈이를 '왕창' 한다 해도 한나라당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문제,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대중스타의 부재 때문도 아니다. 조직문화, 현실인식, 태도와 감정의 문제다. 그것들을 먼저 바꾸지 않는 한 20~40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 어떤 영웅이 오더라도 소용 없다. 그 역시 바보가 될 게 뻔하다.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참패하고도 한나라당의 머리와 가슴은 여전히 국민들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고작 대중스타 끌어 모아 어설픈 모창대회(드림토크)나 열려 하고,'눈 가리고 야옹'식으로 당 이름을 바꾸자는 소리나 하고 있다. 그러니 김난도 교수도, 나승연도 서둘러 손사래를 친다.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영입 대상으로 거론한 일부 대중스타들에 대한 국민의 시선도 싸늘하다. 50대 골수 지지자들까지 "제발"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한나라당은 정말 그들을 내세우면 상황이 달라지고, 표도 돌아온다고 믿고 있는 건가.
아직도 소통이 뭔지 모르는 여당
아직도 한나라당과 정부는 소통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소통 자체를 모르니 그 조건을 알 수 없고, 조건을 모르니 방법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같은 말'을 인기 스타가 대신하면 태도를 바꿔 받아들일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누구'가 아니다. 나와 다른 말을 들어주고, 다른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야만 미국 심리학자 칼 로저스의 말처럼 "이 사람은 마치 내 입장에 서본 사람 같구나"하고 느낀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삶에 다가가는 체질 개선이 먼저라는 박근혜 전 대표의 생각이 맞다.
소통은 타인의 곤경과 아픔에 대한 공감에서 출발한다. 20대 청년 실업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장년층의 취업률 조금 높아진 것을 놓고 업적 자랑하듯 '고용 대박'이라고 떠벌릴 수는 없다. 대신 이렇게 말해야 한다. "실업률이 줄어든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청년실업자들을 위해 일자리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긴 마음이 없으니 말도 안 나오는 것이다.
20~40대도 알고 있다. 대통령과 시장, 정권을 바꾼다고 세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실업도, 사회양극화도, 가계부채도 마찬가지다. 세계 경제불황의 여파에서 보듯 글로벌시대에는 우리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힘들고 고통스러운 처지를 이해하고, 그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만이라도 가져달라는 것이다. 뜬구름 잡는 공약이나 자화자찬에 빠지지 말고 우리를 이해하고 함께 고민해 달라는 것이다.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작은 위로, 만남, 눈물로도 충분하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사람들은 다른 세상 사람인 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같은 존재이고, 결국 우리는 하나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면 감동한다. 쉬울 것 같지만 마음을 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안철수 원장에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기부에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도 정치적 의도보다는 그에게서'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진정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말뿐이 아니라, 부유한 사람의 돈이 가난한 사람으로 옮겨가면 가난한 사람은 부유한 사람이 잃는 것보다 더 많은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을 열지 못하면 소통은 없다
10월 18일부터 덕수궁 미술관에서는 이라는 이색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세계적 작가인 알바니아의 안리 살라, 한국의 함양아, 알제리의 영상작가 필립 파레노, 쿠바의 호르헤 파르도가 나름대로 소통의 방식을 뉴미디어, 영상, 설치디자인을 통해 제시해 놓았다. 그들 역시 소통의 방법을 분명하게 말하지는 못한다. 누구는 건물의 색채로, 누구는 말벌의 생존경쟁으로, 누구는 천장을 가득 채운 말 풍선으로 단지 소통의 어려움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 하나는 소통은 결코 독단으로 안 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여! 자충수만 두지 말고 제발 먼저 눈과 마음부터 국민의 것으로 바꾸어라.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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