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두 딸을 얻었다. 10개월 전 머리에 총알이 관통하는 끔직한 사건을 겪은 가브리엘 기퍼즈(41)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얘기다.
촉망 받는 정치인이었던 기퍼즈는 2007년 우주비행사 마크 켈리와 결혼하면서 드디어 짝을 찾았다는 생각에 크게 안도했다. 결혼생활은 행복했지만 의붓딸들과의 관계가 문제였다. 민주당의 간판을 달고 공화당 텃밭 애리조나에서 당선된 당찬 성격의 기퍼즈이지만 두 의붓딸 클라우디아와 클레어는 냉담하기만 했다. 학교 생활과 친구들에 대해 물어보면 무슨 상관이냐는 듯 어깨만 으쓱거렸다. 클라우디아는 학생회장 선거에 나서기로 해놓고도 기퍼즈가 돕겠다고 하자 출마를 포기했는데 그것이 또 기퍼즈를 힘들게 했다. 기퍼즈가 여느 어머니처럼 딸들에게 냉장고 문을 열어두지 말라고 하면 아이들은 짜증난다는 표정을 짓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칭찬도 선물도 도움이 안됐다.
그리고 1월 기퍼즈는 애리조나 투산에서 열린 행사 도중 괴한의 총에 머리를 맞아 생사에 기로에 놓였다. 두 딸은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왔다. 아버지가 우는 것을 처음 본 클라우디아는 의식을 잃은 기퍼즈에게 편지를 썼다. "당신은 내가 만난 여성 중 가장 강인하고 놀라운 분이에요. 사랑해요. 당신이 내 인생에 들어오게 된 것에 감사해요."
이후 딸들은 기퍼즈를 챙기려 애썼다. 손을 잡고 사랑한다는 말도 했다. 클라우디아는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어버이날에는 선물과 카드를 준비했다.
기퍼즈의 이런 이야기들은 15일 출간된 <게비와 마크:용기와 희망의 이야기> 를 통해 공개됐다. 회고록 형식의 이 책은 남편 켈리가 지난 10개월간 병상의 아내를 지켜보며 쓴 것이다. 게비와>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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