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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왜 서신 정치인가… 소모적 언쟁과 거리두기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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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왜 서신 정치인가… 소모적 언쟁과 거리두기 '계산'?

입력
2011.11.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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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신 정치', '말을 극단적으로 아끼는 정치'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안 원장은 9월 초 정치 무대에 등장한 이후 중요한 메시지를 발표할 때마다 편지를 활용했다. 안 원장이 14일 1,500억원 대의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서였다. 지난달 서울시장 보선 때 그는 자필 편지를 박원순 시장에게 공개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박 시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안 원장의 편지들은 기성 정치권의 장황하고 직설적인 성명, 논평 등과 달리 간결하고 감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안 원장이 박 시장에게 보낸 편지엔 '박원순'이라는 이름도,'한나라당''야권''정권 심판' 같은 정치 용어들도 배제돼 있다. 대신 안 원장은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로자 파크스를 인용하거나,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등의 표현을 써서 지식인과 대중의 마음에 다가가려 했다.

안 원장은 직접 '입'을 여는 경우에도 최대한 말을 아낀다. 그는 '단문(短文) 정치'를 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보다도 훨씬 더 말에 인색하다. 안 원장은 15일 오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앞에서 가진 재산 기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단 두 문장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날 이메일에 들어있던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되풀이했을 뿐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안 원장이 자청한 것이었음에도 그는 질문도 받지 않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안 원장은 이전에도 기자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또는 구체적으로 답변한 적이 별로 없다.

말을 극도로 절제하고, 말보다 글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안철수식 정치는 파격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국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드러내지 않고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반대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담긴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 원장의 절제된 말은 정치권의 소모적 언쟁과 정치인들의 거짓말, 막말에 염증을 느낀 탈(脫)정치층과 중도층을 매료시키는 측면이 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대중은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말보다는 글에 더 많은 고민과 진심이 담겨 있다고 느낀다"면서 "또 전화통화보다 문자메시지에 익숙한 젊은층은 글에 더 친숙하다"고 말했다.

물론 신비주의에 가까운 안 원장의 말 아끼기가 용인되는 것은 그가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정치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다.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이라면 국민과 쌍방향 의사소통을 하고 자신의 비전과 소신, 정책들을 낱낱이 설명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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