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주말에만 쓰는데 일본 원전사고로 한 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다음 작품은 독자들이 다음 장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하는 사회적인 주제의 스릴러물을 쓸 겁니다."
2009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8개 부문을 휩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원작자 비카스 스와루프(48)가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 고베의 인도 총영사로 재직 중인 외교관인 비카스는 15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책 두 권을 냈을 뿐 나를 작가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자신을 "글 쓰는 외교관"이라고 소개했다.
"글쓰기는 학창시절 쓴 에세이가 전부였다"는 그가 소설가를 부업으로 삼게 된 것은 "2003년 런던에서 근무할 당시 동료가 소설 쓰는 걸 보고 따라 쓴 것"이 계기다. 그렇게 두 달 만에 처음 쓴 소설이 (2005). 엄청난 상금이 걸린 퀴즈 쇼에서 연거푸 문제를 맞히며 우승한 인도 빈민가의 소년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42개국에 번역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만들어져 주목 받았다. 두 번째 작품 <6인의 용의자>(2008) 역시 30여 개 국에서 번역 출간됐으며 현재 영국 BBC가 영화로 제작 중이다. "남들보다 '허구를 상상하는 능력'을 조금 더 가진 이야기꾼일 뿐"이라는 그의 말은 겸사일 뿐이다.
"외교관이란 직업이 작품 쓸 때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외교란 미묘한 단어 차이가 큰 문제를 낳기도 하므로 일할 때는 늘 단어 사용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이런 버릇이 소설 쓸 때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비카스는 "외교관이라서 여러 나라 문화를 소설에 다룰 거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내가 가장 잘 아는 건 인도의 현실"이라며 "소설은 작가가 가장 잘 아는 것을 써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비카스는 힌디어가 모국어이지만 소설은 영어로 쓴다. 그의 작품이 바로 해외에서 널리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 속 인물들이 힌디어로 말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이를 영어로 바꾸어 쓴다"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를 자신이 힌디어로 옮겨서 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주한인도문화원이 마련한 '2011년 한국-인도 문화 교류의 해'를 기념해 방한한 그는 20일까지 대학 강연ㆍ낭독회 등을 가지며 한국에 인도 문학을 알릴 계획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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