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 선물투자 손실의 그룹 보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선물투자금 조성에 관여한 베넥스인베스트먼트 김준홍(46) 대표의 수십억원대 개인 횡령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핵심 '키맨'으로 떠오른 김 대표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검찰이 확보했다는 의미여서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김 대표가 2008년 6월 베넥스 펀드자금 25억원을 신규 설립한 C사에 투자한 것처럼 위장한 뒤 장인 이재연씨가 회장으로 있는 아시안스타로 자금을 빼돌린 정황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9일 C사와 함께 아시안스타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외에도 베넥스 펀드에 대한 계좌추적 과정에서 김 대표의 추가 횡령 혐의를 상당 부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검찰 주변에서는 김 대표 신병 확보가 이번 사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검찰이 선물투자금 조성 과정에서 최 회장 형제의 개입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김 대표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최 회장 형제와 끈끈한 인연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가 검찰 수사에서 입을 열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검찰이 김 대표의 개인 횡령 혐의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글로웍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속기소됐던 김 대표는 7월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선물투자금 조성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이르면 이번 주 중 김 대표를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스타 압수수색으로 김 대표의 혼맥도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김 대표의 장인 이재연 회장은 대림그룹 창업주 고 이재준 회장의 동생이고, 장모는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차녀이다. 이재연 회장은 금성통신(현 LG전자) 사장, LG카드 부회장을 거쳐 LG그룹 고문을 지내는 등 대림가(家)와 LG가에서 두루 활동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날 "SK그룹 수사로 또 다시 우리나라는 재벌가의 비자금 조성 등 범죄 시비에 휘말렸다"며 "투명한 경영을 위해 기업 내 법률전문가를 두는 준법관리인제도(현행 상법상 준법지원인)를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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