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강화된 공안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사롭지 않다. 10ㆍ26 재보선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허위사실 유포행위 엄벌 방침을 밝혀 논란을 촉발했던 검찰은, 지난 13일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체면까지 구겼다. 공안수사 강화 기조에 맞장구를 쳐온 한나라당 내에서도 검찰을 비판하기 시작하자 검찰 지휘부는 내심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공안본색을 드러낸 검찰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무리수" vs "본연의 업무"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309일 동안 크레인 농성을 벌인 김진숙 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검찰은 영장 청구는 불가피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14일 "300일 이상 업무방해를 한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과거 사례와 통상적 기준을 감안했을 때 영장 청구가 결코 무리한 조치가 아니라는 말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히 "노사 합의와 회사 측의 탄원서 제출 등 기각 요인이 있다고 해서 영장 청구를 포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처럼 원칙대로 처리했다고 강조하지만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은 호의적이지 않다. 검찰 출신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까지 "김진숙씨 영장 청구는 유감"이라고 어깃장을 놓았을 정도다. 검찰은 지난 7일에도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구속수사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을 샀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시를 저해할 수 있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하며 '검찰 때리기'에 동참했다. 이 같은 여론 동향을 감지한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심각하고 중대한 명예훼손 행위가 발생할 경우에만 구속수사하겠다는 뜻"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사안까지 언급하며 사법처리 운운하고, 허위사실 유포로 민사상 손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법률적 지원을 하겠다고 검찰이 밝힌 것은 한미FTA 반대 진영에 대한 협박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권 '성골'의 자충수" 지적도
일각에서는 검찰이 공안수사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한상대 검찰총장을 비롯한 지휘 라인의 인적 구성 문제도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 정권에서 이른바 '성골'로 대우받는 TKㆍ고려대 출신이 공안 라인에 다수 포진, 검찰의 공안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 총장은 지난 8월 취임할 때부터 '종북좌익세력 척결'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공안수사 강화를 예고했다. 한 총장의 의중을 읽은 검찰은 이달 초 종북 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수사 의지를 표출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공안사건을 취급하는 서울중앙지검에도 역시 TKㆍ고대 출신의 최교일 지검장이 배치돼 한 총장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공안업무에 관해 한 총장과 수시로 의견 교환을 하는 권재진 법무장관, 정진영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구 출신에 경북고 선후배 사이로 검찰 내 TK 세력의 대부로 통한다.
이밖에 굵직한 공안사건을 책임지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도 고대 출신의 이상호 부장검사가 지휘하고 있다. 전국 공안수사를 관리하는 이진한 대검 공안기획관도 고대 출신으로 한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이 기획관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지휘했다.
검찰은 그러나 공안수사에 대해 출신지역과 특정 대학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공안사건이든 특수사건이든 일반 형사사건이든, 정치적 정무적 판단을 배제하고 원칙대로 수사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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