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장관급) 내정설이 나오고 있는 김종대 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이 2년 전 강연에서 현행 건강보험 체제를 "국가통제 계획의료, 의료사회화를 위한 밑그림"이라고 지적하며 해체를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실장은 또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건강보험 위헌소송에 대해 "헌재가 정신이상 기관이 아닌 한 100% 위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르면 15일 김 전 실장을 건보 이사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2009년 2월 경만호(현 대한의사협회장) 당시 한국적십자 부총재의 출판기념회 초청 강연자료에서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통합에 대한 헌법소원 의의 및 전망과 의료개혁의 방향'에서 위와 같이 주장했다. 그는 당시 "노무현 정부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자영업자 등)간 단일 보험료 부과기준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보험료 부과기준을 이원화 했다"며 "헌재가 직장ㆍ지역의료보험의 재정통합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직장가입자는 소득을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는 재산 등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는 게 직장인에게 불리해 위헌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어 "헌재의 조속한 (위헌) 판결이 요망되며, (헌재 판결이 나오면) 평등권과 재산권 침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특히 건강보험을 해체하고 보험가입자와 의료계가 자치ㆍ자율권을 갖는 의료보험조합들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 주장처럼 과거의 대기업 의료보험, 지역별 의료보험 등 수백개 의료보험조합 등으로 쪼개지면 고소득 계층은 자신들만의 의료보험을 구축해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며, 반대로 저소득 계층이 몰린 의료보험조합은 재정적자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사실상 현재 '사회적 분배'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 건강보험의 성격이 사라지는 것이다.
경만호 회장 등이 제기한 건강보험 위헌소송은 다음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진석 서울대 교수는 "김 전 실장과 경 회장은 직장인들의 보험료 부담이 높다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지역가입자 가구들이 소득에서 건보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직장인보다 높다"며 "팩트 자체가 틀린 소송"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도저히 위헌이 나올 수 없는 내용이지만, 최근 김 전 실장의 임명 추진과 헌재 판결시점이 맞물리면서 여기저기서 심상치 않은 소문들이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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