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정리가 안 됩니다. 가끔 밖에 나가면 여성들이 (마지막 경쟁 그룹이었던) 버스커 버스커만 좋아해서 우승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화제의 예능프로그램 ‘슈퍼스타K 3’에서 우승한 울랄라 세션의 멤버들은 14일 오전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1위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 자리엔 세 멤버 박승일(32), 김명훈(29), 박광선(22)만이 참여했다. 위암 4기로 투병 중인 리더 임윤택(32)은 건강문제로 함께 하지 못했다. 임윤택은 “생방송 시작이래 2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강행군을 해왔다.
세 멤버들은 기쁨과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얼굴로 “임윤택이 아니었다면 우승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일까. 대중들은 울랄라 세션의 우승을 어느 정도 예감했지만 박광선은 자기들은 그렇지 않았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울랄라 세션의 중심은 역시나 임윤택이었다. 프로그램 출연을 제의한 것도, 버팀목이 되었던 것도 그였다. 박광선은 “윤택이 형이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 아니냐. 더 힘들어지기 전에 너희들이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삼게 해주고 싶다’며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고 전했다. “우린 형만 믿었다”고도 했다.
울랄라 세션은 원래 춤을 추는 그룹이었다. 15년 전 춤꾼으로 통하던 임윤택이 ‘좀 논다는 친구’ 박승일을 먼저 찾았고, 두 사람이 노래 실력이 뛰어난 김명훈을 소개 받으면서 그룹이 만들어졌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박광선이 이들을 쫓아 다니다 한솥밥을 먹게 됐다. 임윤택이 군대를 간 사이 남은 멤버들은 ‘맨 오브 케이’라는 그룹으로 활동하며 데뷔 앨범까지 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빚만 5,000만원을 진 뒤 그룹이 해산 위기에 놓였을 때 임윤택이 제대해 멤버들을 추스렸다. 박승일은 “팀이 깨지지 않고 긴 무명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다 리더가 잘 이끌어서다. 여자친구들이 서운해 할 정도로 우리는 한 가족처럼 서로를 훤히 알고 지냈다”고 말했다.
임윤택의 건강에 대해 멤버들은 긍정적이었다. “임윤택의 암세포수치는 내려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임윤택은 우승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화면에는 아프게 나오지만 원래 얼굴이 하얘서 그렇지 건강하다”고 말했었다. 그는 “하루를 살더라도 마지막처럼 살고, 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살면 누구든 괜찮아질 거다”는 말도 해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새로운 출발점에 선 이들의 각오는 단단했다. 김명훈은 “대중이 원하지 않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만 해서 첫 앨범이 실패했다”며 “앞으로는 값이 싸면서도 ‘맛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임윤택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우승 상금을 어떻게 쓸 것이냐는 질문에 세 멤버의 답변은 같았다. “윤택이 형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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