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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까먹는 퇴직연금… 되레 불안해지는 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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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까먹는 퇴직연금… 되레 불안해지는 노후

입력
2011.11.1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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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과장급인 양모(37)씨는 최근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받은 7,000여만원을 보험사가 운영하는 퇴직연금 펀드에 넣으려다 포기했다. 펀드 수익률을 살펴보니 6개월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거나 기껏해야 1~2%에 불과했기 때문. 양씨는 "맡겼다가 오히려 손해를 볼 것 같아 연금가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연금 수익률이 바닥권을 기는 상황에서(한국일보 14일자 18면) 퇴직연금 수익률도 이에 못지 않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가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 9월 증시 변동성이 컸던 것이 수익률 저하의 주요 원인이지만, 규제 때문에 증권ㆍ예금 등에 한정된 상품에만 투자하다 보니 애당초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익률 저조가 장기화될 경우 국민연금을 비롯해 노후보장의 큰 축을 담당해야 할 퇴직연금 자체에 대한 불신도 높아질 전망이다.

14일 보험연구원 등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10월말 현재 38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비 약 24%가 상승한 수치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이 규모가 올해 말까지 49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규모가 커지는 만큼 은행, 증권, 보험 등 57개 사업자가 영업경쟁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노후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률이 퇴직연금의 가장 큰 요건이다. 하지만 이날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등에 공시된 퇴직연금 수익률 공시에 따르면 원금을 까먹은 상품이 수두룩하다.

시중은행의 비원리금보장상품은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기여형(DC형), 개인퇴직계좌(IRA형) 모두 3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DB형 비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률은 -7.81%로 최저를 기록했으며 우리(-7.09), 농협(-6.59%), 수협(-6.47), 한국씨티(-5.52%) 등도 -5%를 밑돌았다. 하나, 국민, 외환, 산업은행 등도 -4%대의 성적표를 받았다.

생명보험사의 퇴직연금 운용도 마찬가지. 비원리금보장상품을 운용하는 생보사 10개 모두 3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DB형, DC형, IRA형에서 수익률이 플러스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생보사들이 지난 6개월간 펀드에 투자한 퇴직연금의 수익률 역시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가장 높은 수익률은 2%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70%의 수익률을 자랑했던 퇴직연금 상품이 올해 -38%대로 떨어지는 등 퇴직연금 운용 실적이 대부분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융회사들은 "3분기 유럽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하락 여파로 수익률이 낮았으나, 원리금보장상품이 전체 퇴직연금 운용 규모에서 80%를 상회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국채 등에 85%를 투자하는 등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비원리금보장상품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률도 은행의 경우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비슷한 수준인 4%대에 머물러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수익이라는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보험연구원 유근식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투자 상품 중 주가가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질 경우 채권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이나, 수익률이 일정한 수준 밑으로 떨어질 경우 손실을 보증해 주는 제도 등 선진국형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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